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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기행산문/이준태/미국 서부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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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521회 작성일 17-01-0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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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산문

이준태




미국 서부 기행
엘로스톤 공원 : 지구에서 가장 큰 활화산





8월 30일
   불면의 밤이 계속된다. 저녁 아홉시반이나 늦어도 열시에 잠자리에 드는데, 아무리 잠을 청해도 잠은 오지 않고, 멀쩡하게 뒤척이다가 새벽 서너 시쯤이나 가수면 상태로 두어 시간 잠에 들었다가 아침에 기상을 한다. 그러니 자연 낮에 꾸벅일 수밖에 없고, 그것도 십여분 정도의 조각 잠으로 메꾸어가니 점점 피로가 누적되어 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아직은 신체적인 불균형이 오지는 않았는데, 빨리 신체 조절기능이 자리를 잡았으면 한다.
아침 바람이 차다, 이곳은 벌써 낙엽이 지고 차가운 바람이 부는 가을 날씨를 느낀다.
어제 묵었던 Hampton Inn, 일류 호텔급 시설이다. 풀장이 있고, 정원수가 잘 가꾸어져 있고, 세탁서비스 시설이 되어 있고, 아침식사 메뉴가 다양하다.
어제는 700키로 오늘은 300 키로를 달려 엘로스톤으로 간다. 좌우로 끝없이 펼쳐지는 전원풍경, 때 맞춰 분사되는 스프링클러가 장관이다. 평원을 세 시간 달려 산을 넘었다. 산을 넘으니 삼림지대 강심에는 플라잉 낚시하는 사람들 물 속에 몸을 담그고 있다.
엘로스톤 공원 정문까지 오는데 세시간 반이 걸렸다.
메디슨 강가에서 점심식사를 하다.
강가에는 “플라잉 낚시만 가능”이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간헐천 가는 길에 버팔로 떼를 만나 사진 한 컷, 야생동물들의 낙원이다. 첫 대면이라 신기해서 온갖 표정을 담으려 애를 썼지만 버팔로는 엘로스톤 공원에서 가장 흔한 동물이어서, 인기 없다.

간헐천 Old Faithful 지역으로 향하다.  세계적으로 엘로스톤 공원의 브랜드는 이 간헐천일 것이다.  오래 전 학창시절 과학시간에 엘로스톤의 간헐천이 사진에 소개되었음을 기억한다.  운좋게 공원에 도착하자마자 하얗게 수증기 기둥이 하늘로 치솟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수많은 관광객들의 환호성이 터진다. 스팀 쇼는 여섯 번, 십여분간 지속되다가 가라앉는다.

여기에는 Old Faithful 이외에 Grotto, Castle, Grand, Daisy, Riverside, Great Fountain등의 간헐천이 있는데, 방문자 센터에 가보면  각 간헐천마다 용출하는 시간이 적혀있어, 사람들은 시간에 맞추어 그 자리에서 마치 쇼를 관람하러 온 관람객처럼, 자연의 쇼를 기다리고 있다.

간헐천 지역을 더 넓게 보고자 개울을 건너 숲길을 따라 관망대에 올랐다. 높지 않은 언덕인데 숨이 가쁘다. 해발 2500 미터의 고원이니 그만큼 기압도 낮고, 산소도 줄었을 것이다. 내려오면서 소리를 내어 노래를 불러봤더니,  역시 한 소절 편하게 부르기가 쉽지 않았다.

내려오는 길에 보았던 간헐천이다. 숲속에 외로이 떨어졌다 해서 Solitary Gyser라 부른다.



31일
Canyon Lodge 국립공원의 숙소다. 천정과 벽면이 나무판자로 도배되어 있고, 테이블, 등갓, 거울 테두리. 침대, 비상계단 내려가는 레일까지 모두 목재로 되어있어 숲속의 별장 분위기를 한껏 돋우었다.
아침 산책을 나섰다. 바람이 차가워 바지를 두 벌 껴입고 윗도리는 오리털 패딩을 걸치고, 숲속의 산책로를 걸어간다. 벌써 차 유리에는 성애가 끼었고, 바람 차고, 상쾌하다. 한 없이 걷고 싶어지는 숲속의 오솔길이다.
그 호기심은 곧 끝이 났다. 다른 숙소와 연결시켜 주는 오솔길이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는 로지라 해서 4층 건물에 수십개의 방이 있고, 여기는 Cabin이라 하며, 한 개의 건물에 네 개의 방이 있는 통나무집이 여러 채 연결되어 있다.
돌아오는 길에 한 쌍의 엘크를 만났다. 나를 멀금히 쳐다보고 있다. 사진기를 가져왔다면 담아갔을 텐데, 눈인사만 하고 왔다.

엘로스톤 공원은 미국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넓이가 9000평방 키로미터, 우리나라 충청북도와 비슷한 면적이다. 관광객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을  다섯 구역으로 구별한다.


첫째: 어제 갔던 간헐천 지역(Gyser)
둘째: 거대 온천 지역(Mamoth)
셋째: 루스벨트 산악지역
넷째: 대협곡 지역
다섯째: 호수 지역


   Wash Burn 산(3120미터)를 바라보며 해발 2700미터 되는 고개를 넘어 Tower 폭포 앞에서 차를 내렸다. 낙차 40미터 폭포를 보고 더 아래로 내려가서 엘로스톤 강물에 손을 담그다. 물이 그리 차갑지 않고, 촉감이 미끌미끌하다. 물가에 유황의 앙금이 조금씩 쌓여 있다. 미국의 강물 중에 유일하게 북쪽으로 흐르는 엘로스톤 강이다. 저 아래 강가에 하얀 김이 피어오르고 있다. 엘로스톤 공원에는 어딜 가나 온천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매머드 온천지역으로 이동을 하다. 방대한 지역에서 온천수가 솟아나 흘러내리는 곳이다. 오랜 세월 온천수가 흘러내려 광물질이 퇴적되면서 계단을 이뤘고, 그 퇴적층을 상부, 하부로 나누워 Upper, Lower 구분하여 부른다. 엘로스톤이라는 공원 이름을 여기에서 얻게 되었다 한다.
길을 잘못 들어 공원관리인 사택으로 들어갔는데 크리닉 앞에서 만난 엘크의 어미와 새끼


대협곡
    미국에 와서 새로 익히게 된 용어 Rim, 우리말로 둘레, 테두리라는 뜻이다. 우리 어린시절 에 자전거 바퀴살을 잡아주고 타이어를 장착케 하는  테두리를 리무(일본식 발음)라고 하였던 기억이 있다. 림이라는 말을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둘레길이나 되지 않을까 ?  North Rim 은 북쪽 둘레길, South Rim은 남쪽 둘레길
대협곡은 계곡도 장관이지만 계곡을 흐르는 강물이 만들어 내는 두 개의 거대폭포가 천하의 절경이다. 여기도 Upper 폭포, Lower 폭포라 부르는데 이 멋진 폭포에 윗폭포 아래폭포라고 하는 것은 너무 무성의하고 무미건조하지 않은가?
노스림에 내려서 폭포로 내려가니 가까이는 접할 수 있지만, 폭포 전체를 느낄 수는 없다. 사우스림으로 넘어가 두 시간 거리의 트레킹 코스를 택하여 물길을 거슬러 올라오면서 차근하게 그리고 깊숙이 엘로스톤 강물의 흐름과 대협곡을 느껴보았다.
Artist Point에서부터 걷기 시작하였다. 거리는 다소 멀었지만 아래폭포가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곳이다. 낙차 93미터, 분당 85,000ton을 쏟아내는 거대폭포다. 물 안개는 뽀얗게 피어오르고, 오리 밖의 거리에서도 지축을 울리는 폭포소리 물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점점 더 가까워진다. 강물은 요동을 치며 흐르고, 거대한 물 흐름에 식혀진 대지는 싸늘한 기운이 감돈다.

전나무 숲길을 따라 한식경 올라가니 Uncle Tom's Trail이 나온다. 이지역이 고도가 높고 경사가 급한 길이기 때문에 심장병이나 호흡기 질환이 있는 사람은 삼가 달라고 경고문이 걸려 있다. 하지만 폭포에 아주 근접할 수 있는 길이다. 328개의 철 계단,  수직으로 약 백 미터를 내려가고 그 길로 다시 올라 온다.
폭포를 가까이 보고  삼십여 분 올라가니, 위 폭포 낙차 33미터,  하얗게 일어나는 물안개 사이로 무지개가 피어난다. 
다시 다리까지, 두 시간여의 트레킹,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경관이었다.
여담 Uncle Tom's Trail을 오르내리던 길에 등에 “My son is Marine"이라고 쓰여진 셔츠를 입은 미국인을 만났다. 내가 먼저 인사를 청했다. 나는 한국 해병대 출신이고 나의 아들도 해병대에 가서 이 모자를 보냈다 하면서, 모자에 쓰여진 글씨를 영어로 번역해주며 인사를 청했더니 반갑게 맞아준다. 그리고 해병 아들을 둔 아버지 둘이 같이 사진을 찍었다.
역시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해병대는 한 식구,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9월 1일
어젯밤도 뒤척였지만, 세 시간 정도는  단잠에 들었다.  조금씩 좋아짐을 느끼고 있다. 우려했던 불면증에 귀국 보따리는 싸지 않아도 된 것이다. 따져보니 시차적응에 일주일이나 걸린 셈이다.
그제 묵었던 숙소는 숲속에 있었는데, 어제는 호숫가 로지에 묵었다.
그랜트 빌리지의 엘크로지, 식사 전 아침산책을 나갔다. 숲 사이 오솔길을 따라 나가니 호수가 나왔다. 레스토랑과 보트정박시설이 되어있다. 작은 포구처럼 방파제가 되어 있고, 독크 안에 두척의 공원관리보트가 정박되어 있다. 파도에 접하는 부분은 두꺼운 철판으로 된 데크 플레이트로 되어있고, 안쪽은 목재판자가 대있다.
호숫가에 내려가 물에 손을 담그다. 차갑고 지극히 맑다. 갈매기 두 마리가 데크에 앉아있다. 아침식사거리를 찾고 있나?
아까부터 차 위에 얹혀진 카누를 내리던 두 부부, 남편이 차를 어디엔가 대 놓고 오더니 드디어 카누에 짐을 싣기 시작한다. 야영장비인 듯 짐이 무거워 보인다.
구명조끼를 부인에게 입혀주고 자신도 입고, 카누를 타기 전 마지막 장엄한 의식, 키스를 나눈다,
이제 막 동이 트는 수면 위를 미끄러지듯이 멀어져간다.
아무도 없는 그 머나먼 곳으로,
오직 평화와 고요와 묵상이 있는 그 곳으로

호숫가 West Thumb지역 온천을 둘러보고 엘로스톤 호수의 진면목을 보기 위해 Bridge Bay로 향했다. Bridge Bay는 호수안의 만으로서 호수를 돌아보는 유람선이 운항하는 곳이다. 수많은 요트가 정박되어 있고, 유람선 두 척이  삼십분 간격으로  출발을 하고 있다.

우리가 탔던 배 Lake Queen ll, 승선인원은 50명으로 그리 크지 않은 배이다. 나이가 들어보이는 해설사와 선장이 번갈아가며 해설을 하고 있다. 짧은 영어 실력으로 속사포로 쏟아대는 유창한 말을 알아듣기는 힘들었지만, 엘로스톤 공원과 호수의 규모와 국립공원 지정 내력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으로 들렸다.
가끔 박수와 폭소가 터지기도 한다.

호수 안의 작은 섬 Stevenson섬을 둘러보다, 오래된 난파선의 흔적이 그대로 있다. 나중에 해설사를 찾아가 난파선의 내력을 들어본 바, 오래 전 섬을 개발하여 호텔도 짓고, 위락시절도 건립하려던 계획을 진행하던 중 어느 겨울날 태풍이 불어 대형 유람선이 전복이 되어버린 것이다. 자연의 엄중한 메시지로 받아드리고, 개발을 중단하고 자연재해의 흔적을 그대로 남겨둔 것이라 한다.

호숫가를 걷고 싶어 적당한 트레킹 코스를 선택하여 Storm Point에서 내렸다.
엘로스톤 호수와는 별도로 만들어진 Indian Pond, 마그마 층이 지하수층과 접촉하게 되고 그 지하수가 달궈져 폭발하게 되는데 그 폭발에 의해서 만들어진 칼데라호, 호숫가를 따라 숲길을 지나 모래언덕을 넘어가니 엘로스톤 호수에 이르고, 호숫가를 걷는데, 스며 오는 유황냄새, 청량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호수에서 방향을 바꾸어 숲길을 걸었다. 호젓한 길, 왕래하는 사람들이 전혀 없다. 곰이라도 만날까 두려움이 생긴다.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많이 와 있고, 조금 더 가면 찻길에 닿을 수 있을 것이다. 넘어진 나무에서 호신용 몽둥이를 챙겨서 들고 한 삼십분 정도 걸어가니 아까 출발했던 지점에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2박 3일의 엘로스톤 공원의 일정이 끝났다.
   호수에서나 강가에서나 숲속에서도 마찬가지로 공원 어델 가나 하얀 수증기가 피어나고 유황냄새가 난다. 진흙이 팟죽처럼 끓고, 노천에 흐르는 온천은 뜨거워서 손을 댈 수가 없다.
세계 어디에 가서도 볼 수 없는 특이한 자연 현상을 볼 수 있는데 사람들은 이땅의 지하 10키로 지점에 거대한 마그마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엘로스톤은 세계에서 활동하는 활화산 중 가장  큰 화산이다. 즉 엘로스톤 지하에는 거대한 솥이 끓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 달아오르는 솥이 예고 없이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 그것이 천년 후에 일어날지 아니면 금세기에 일어날지 아무도 쉽게 예측할 수 없다. 화산이 폭발하게 되면 그 위력이 수십 개의 수소폭탄을 합친 것보다도 더 강력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는데, 미국 서부지역을 초토화하는 것은 물론 전 세계 기후에도 영향을 미처 가뭄과 홍수가 연이어 일어나고, 기온이 급강하하여 작물들이 제대로 생육을 할 수 없어 흉년이 지속되는 큰 재앙이 일어날 것이라 예측한다. 지질학자들은 엘로스톤 화산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물론 폭발이 임박하면 폭발을 예측하고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재난에 대한 준비는 할 수 있겠지만, 기온의 급강하나 계속되는 흉년이나 한발은 사람의 능력을 벗어나는 천재지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약력: 김제 출생.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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