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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권두칼럼/백인덕/바이러스virus에 대한 세 개의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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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059회 작성일 17-01-0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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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칼럼

백인덕(시인, 주간)




바이러스virus에 대한 세 개의 단상斷想



1.
   연일 ‘지카 바이러스Zika virus’ 때문에 난리다. 온갖 매체가 앞 다퉈 세계 각지의 관련 뉴스와 국내 상황을 보도하고 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작년 초 몇 명의 사망자까지 발생한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 사태’로 한바탕 홍역을 앓았으니 우리 사회가 긴장하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호흡기로 전염되는 메르스와는 달리 지카 바이러스는 모기에 직접 물리지 않으면, 더 정확하게 말하면 혈액감염이 아니면 안전하다는 보건당국의 줄기찬 주장도 이미 수많은 자라에게 여러 번 놀란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최근 지인들과의 회식자리에서 ‘모기’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물론 지카 바이러스가 화제였고, 나는 대수롭지 않게 “우린 걱정할 게 없어” 내뱉고 말았다. 참석자 전원이 성인 남성들인데, 임신해서 소두증 아이를 출산할 일도 없고, ‘뎅기열’처럼 며칠 앓다가 지나간다는 말을 믿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이다. 무수한 화살을 맞았다. 작년 초에 결혼해 첫 아이 출산 계획을 가진 후배의 질타는 더 무서웠다. 참, 그 놈의 ‘모기’, 어떤 생물학자는 ‘모기는 신의 실수’라고 했고 이에 빗대어 한 철학자는 ‘모기는 진화의 조크joke’라 한 말이 생각났다. 재밌지만 섭리나 자연에서 ‘모기’의 역할을 아직 우리는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메르스도 마찬가지지만, 그 ‘세계화’라는 것이 꼭 빛나는 길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과 물류가 전 세계를 빠르게 이동한다는 것이 그렇게 자랑스럽고 아름다운 업적이 아닐 수도 있다는 작은 회의를 낳았다는 점이다.


2.
   지난 세기 말을 뜨겁게 달군 영화 중에, 천재 워쇼스키 형제가 감독한 형화 ‘매트릭스’가 생각난다. 철학자들이 탐구할 정도로 대단한 상징성을 지녔다거나, AI가 지배하는 디스토피아의 서막이라거나, 주연이 누구였고 얼마의 수입을 올렸다는 가십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내가 기억하는 한 장면이 있다. 네오의 스승 모피어스가 스미스요원에게 붙잡혀 고신 당할 때, 스미스가 한 대사, ‘너희가 바이러스야, 바이러스는 숙주가 죽을 때가지 번식하지, 그리고 숙주와 함께 소멸하지’, 기억에 의지했지만, 대충 그런 내용이다. 지구는 숙주고 인류는 바이러스다. 지구를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번식만 하는 유해 바이러스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일침이었다.


3.
   시의 ‘무용성無用性’의 효용에 대한 짧은 논의를 접했다. 탐구이기보다는 살아있는 현장의 육성肉聲이라 느껴졌다. 왜냐하면, 페이스북에서 오간 몇 차례의 대화를 소위 ‘눈팅’으로 즐겼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시는 ‘무용해서 유용하다’는 칸트 혹은 노자의 논리로 대화에 방점을 찍었다.
한국문학이 심상치 않다. 입시라는 제도적 속박 아래서 문학교육이 무너져버린 지는 반세기도 훌쩍 넘었는데, 이제는 실용이라는 또 다른 광풍狂風 앞에 고립무원으로 노출돼 있다. 시만 생각하자면, 상황이 좀 낳은 편이라 믿는다. 여전에 ‘시와 생활’이 양립할 수 없음을 뼈저리게 통감했고, 이미 전 세대 이전부터 기꺼이 ‘항서降書’를 써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보다 훨씬 큰 힘이 있다. 시는 그 감염성(공감능력)에 있지 않고, 발생의 자발성에 있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의 일기가 점점 시적으로 형상화 되는 것을 생각해 보라.
   시가 생활의 바이러스임에는 분명하지만, 그 병듦이 꼭 유해한 것이라 단정할 수 있는 증거가 얼마나 되는지, 참 많이 궁금해지는 저녁이 기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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