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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신작시/정승열/등불 센서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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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정승열
등불 센서
당신은 지금 막 나에게 잡혔어요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30초에요
30초 안에 당신은 할 일을 빨리 하세요
계단을 오르거나, 소변을 보거나, 구두를 벗거나
노래를 불러도 되요
춤을 춰도 되요
30초 안에 해결하세요
요즘 사람들은 참 딱해요
옛날에는 달이란 센서가 있어
볼일 다보고 그래도 남아
밤새도록 노래 부르고 춤도 출 수 있었어요
노래를 느리게 불러도 되고, 춤을 느리게 추어도
남는 시간이 있었어요
요즈음은 노래가 빨라야만 되요
춤도 빨리빨리 추어야 해요
물론 30초가 지나도 노래를 계속 부를 수는 있어요
그러나 착각하지 마세요
30초가 지나면
나는 당신을 암흑의 벼랑으로 밀어버릴 거에요
우리는 당신이란 존재를 망각해 버릴 거니까요
옛집
달이 옛집 처마 끝에 목을 맸다.
내가 늘 보아두었던 자리였다.
저 쪽 길 건너 그녀가 2층 창문을 열면
직선으로 내닫던 지점
거침없이 날아가 전달했던 수신호
수없이 가기만 했던 나의 신호들
옛날의 소녀로부터 문자가 왔다
처음 오는 답신이다
‘저의 어머니 돌아가셨습니다
늘 옛집을 말씀하셨죠’
곁눈질하던 달이 먼저 목을 맸다.
**약력:1979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새가 날개를 퍼덕여도 숲은 공간을 주지 않았다』, 『단풍』, 『단풍 2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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