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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신작시/김영준/늦가을, 남대천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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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영준
늦가을, 남대천
갈갈, 거리며 강물이 흐르기를 망설여도 물은 기어이 흘러가는 것이다
하여
가을산을 고스란히 곁에 끼고 단풍 같은 울음을 우는 것이다
예전엔 소금쟁이 등에라도 얹혀 건너고 싶던 물
그 이름 곁에 바람의 결 화석처럼 쌓아두던 강
갈잎은 갈잎대로 상록은 상록대로 제 몸을 투항하여 살 섞고 싶어했던 것이다
붉디붉게 입 벌리고 혼절하는
저 안간힘
자작나무
자작나무숲에 들어서면 술 마시고 싶다
고리키와 푸시킨이 왼편에
백석과 동행하는 나타샤가 오른편에 앉았으면 좋겠다
나타샤가 백석의 애인이어도 좋다
눈밭에 모닥불을 피우리라
흰 불꽃의 모닥불이길 바라지만
자작자작 타들어가는 소리면 꽤 괜찮다
한기와 취기가 하나 되니 더 좋다
자작을 한다
그들은 없다
백석이 마련한 흰 당나귀를 타고 유랑길에 나섰다 한다
술잔 속으로 불같았던 젊은 날도 스며들고
불인지 물인지 가늠 안 되는 치기도 드나들고
그날의 어리석음도 불쑥 끼어든다
어느 마을 사람인지 모르지만
귄터 그라스가 술동무하러 온다는 전갈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술잔은 두 개 놓으련다
뉴칼레도니아로 유형流刑 떠난 루이즈 미셸의 소식이 듣고 싶은
자작나무의 밤
**약력:1984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나무 비린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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