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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신작시/박정규/구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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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박정규
구름
길 아닌 길도 길이라
하늘이 온통 길이라
지상의 티끌 먼지 다 안고
유유자적 쉬엄쉬엄 가다 쉬다
쉬다 가다 그러다
제 몸 추스르지 못하면
몸뚱어리 미련 없이
지상에 흩뿌려
장대비가 되고
회초리가 되어
세상의 온갖 흐트러진 것들
제자리로 돌리는데
사람들의 끝없는 목마름까지
돌리지는 못해서
어느 때는 허공에 그저
멍하니 앉아
유한한 자신을 하늘에다
가볍게 지우기도 하는데
강진바다* 윤슬
강진만의 아침바다는
잘 다림질한 물방울 원피스 같아서
빈센트 반고흐 “아몬드 꽃”처럼
살갑게 담긴 한 폭 시원한 유화 같아서
세상 태어나는 옹알이의
태고 적 피부 결로
비눗방울 같이 반짝이는 잔한 바다
피어나는 파도송이
어미 찾는 새들의 부리 같아서
밤새 쏟아놓은 삶의 무게들
호수처럼 푸르게 씻어
집어등에 걸어 말리는
한 점 허기 없는
맑은 아침끼니 한 사발 같아서
*경남 남해군 강진만.
**약력:2003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탈춤 추는 사람들』, 『검은 땅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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