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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신작시/조길성/독백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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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조길성
독백
시를 쓰다 보면
아무래도 잉크 속에는 피를 닮은 무엇이 있어
누군가 울음 속을 건너간 평생의 발자국 소리도 있고
화장을 지우며 흘러내린 수많은 별들이 있어
꽃에 입이 없고 눈 코 귀가 없듯이
내 목구멍을 넘어간 수많은 가시가 있어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문고리에 늘 살이 묻어 있어
지금 펜 끝에서 흐르는 건
피를 닮은 무엇인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참 이상해
마당이 무언가 수상한 기운으로 가득해
숨바꼭질 하다가 나 혼자 남겨진 기분이야
자고나면 오이순이 호박 줄기가 고추대가 상추대가
한 뼘씩 자라는데
온 종일 들여다봐도 꼼짝도 않다가
자고나면 또 한 뼘이니
마당에 분명 뭔가가 있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돌아보면 모두 얼음땡이야
저것들이 모두 짜고 저러든지
귀신이 있던지
마당에 뭔가 있긴 있어
**약력:2005년 《시평》으로 작품활동 시작. 2006년 《창작21》 신인상. 시집 『징검다리 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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