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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신작시/나혜경/이유 공작소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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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나혜경
이유 공작소
가장 가까운 별과의 불화로 알레르기꽃이 심장에 활짝 폈으니
어깨를 누르는 당신 짐의 무게가 내 손끝까지 저릿저릿 내려왔으니
태풍에 지붕이 날아가 너의 바닥이 다 드러났으니
저녁상에 비늘을 다듬은 날 통째로 올렸으니
사과가 바삭거려서 팬지꽃이 느끼해서 리모컨이 아이를 낳아서
빵이 귀여워서 이불이 못생겨서 물건값이 네모 나서 손잡이가 살아있어서
불투명옆구리공소시효노동조합위선구역질소심능글능글손아귀상상용서의심열쇠, 때문에
삼년 전부터 꽃은 피지 않았어
시간은 어디까지 나를 데려갈까
마음에 금이 갔다는 걸 쉽게 상처라 부르지
시간은 능숙한 몸놀림으로 통점을 주무르고
독을 빨아낸다
어제와는 조금 다른 공기를 한 대접씩 먹이고
발효시킨 울음을 비타민처럼 삼키게 한다
슬금슬금 잔금이 잔금을 불러오면
생각지도 못한 허물로 상처는 덧나는데
훈련된 병사 같은 시간은 물러서지 않고 염증과 맞서 싸우고
쓰디쓴 향기를 보약처럼 달여 건넨다
태풍이 지나간 후
흙탕물이 떠내려간 후
벼랑에서도 손을 놓지 않았던
시간은 어디까지 나를 데려갈까
아직 발목은 아찔한 촉감을 기억하는데
금간 자리마다 무르고도 단단한 성질의 것이 차올라
이제 금을 金이라 짧게 읽는다
**약력:1992년 《문예한국》으로 등단. 시집 『무궁화, 너는 좋겠다』, 『담쟁이덩굴의 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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