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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신작시/이병초/외박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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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298회 작성일 17-01-0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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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이병초







외박




부엌문짝에 줄금 그어져 찐득거리는 거미줄 떼내고 외통수에 걸린 놈처럼 납작해진 쥐똥들 쓸어내고
 
외상장부에 뒤죽박죽 적힌 글씨처럼 말발 안 먹히는 냇내에 갓김치 얹어 저녁 두어 술 뜬다
 
부엌 그을음 벽에 흐린 붓질은 이빨이 죄다 빠진 입속들이나 거느린 됫박살림 증표로 놔뒀다






겨울밤




인민군 들이닥쳤을 때 구장질 했다고 총살 직전까지 갔다는 외할아버지는 얼굴 닦을 때도 수건 테두리께만 썼다
낭랑하게 심청전을 읽어가는 내 소릴 좋아했지만 됫박한량이 된 심봉사가 젖동냥하는 소절을 못 넘기고 코를 곯았다
총질에 쫓긴 노루는 새끼덜을 흔적도 없이 땅속에 묻고 종적을 감추드랑게 흙 목욕시킨 것들 캐내어 샛바닥으로 할타주드랑게 목숨이 고인 눈알이 반들반들허드랑게 근디 집이는 뭐 땀시 손이 뒤로 묶였당가? 외할아버지 잠꼬대가 끼어들면 동치미 대접에 서걱거리는 얼음조각을 오도독오도독 깨물어 먹었다
내년에 쓸 새끼줄 꼬다 말고 광 어딘가에서 눅눅한 담뱃잎들을 빼내와 목침대고 때깨칼로 써럭초를 썰었다









**약력:1998년 《시안》으로 등단. 시집 『밤비』, 『살구꽃 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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