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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신작시/차현각/백로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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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차현각
백로
지난 밤
울다 떠난 것들이 있다
더 많은 것들이
떠나기 위해 울고 있다
지친 소리들은
닳아빠진 현의 울림이 되어
끊어질 듯 이어진다
날지 못하는 날개짓으로
먼 길 돌아와 찾아드는 소리들
호명해 보았다 서둘러
다시 돌아서는 기억들
그러나 붙잡지는 않았다
두 다리에 파르르
경련처럼 슬픔이 돋고
다급하게 한꺼번에 쏟아내는
풀벌레 울음소리
젖어들 겨를 없이 멀어진다
지난 밤
많은 것들이 울다 떠났다
9월 초입
단비가 내린다
반가움에 마음이 먼저 달려간 곳
드문드문 문패 달고 있는 운암 저수지
매운탕 집 마당 너머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가 여전히 휑하다
쪽배 하나 밀려나와 잡풀에 머리를 박은 채
기우뚱 누워있다
늙은 부부가 동당거리며
두어 테이블 손님을 받고 있다
저수지 한가운데
섬이 된 채마밭으로 쪽배를 밀어
서 말 깨농사를 지었었단다
매달 초사흘 달밤이면
곱게 빗어 쪽진 머리에 흰 저고리를 입은 시어머니가
쪽배를 타고 비손을 하는 모습
여전히 기억한다고 한다
매운탕이 끓기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후박나무 이파리 같은 쪽배에 누워본다
젖은 바가지에 깨 달라붙듯 그저 복 많이 주시라고
간절히 빌던 소리
지금 내 귓전에도 달라붙는다
비 그치길 기다려
먼 하늘은 벌써 가을이다
**약력:2005년 《문예연구》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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