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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신작시/우희숙/달은 변화구를 던져요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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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496회 작성일 17-01-0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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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우희숙







달은 변화구를 던져요




1.
종이비행기를 날려요
기내에는 완성품이 아닌 아픈 추억들이 타고 있어요
식지도 마르지도 못해 따뜻하고 촉촉한 그들이지요


종착지는 휴지통입니다
한 대 두 대 날아들고 있어요
만년설처럼 포개지고 있어요
너무 아파서 짓누르거나 찌그려 트리지도 못합니다


회상은 화농이 됩니다
통이 차오르고


만월입니다


2.
종이비행기를 꺼내요
선명하게 화농한 빛들이 터져 고름처럼 조금씩 밖으로 흘러넘칩니다
터져 나온 추억들을 밤새 소독약으로 닦고 또 닦아줍니다  
 
휴지통이 비워집니다
하현마저 사라진 깜깜한 그믐밤이 이어집니다
머지않아 다른 기억들이 다시 차오르고 비워지겠지만


아직도
내 코에선
강렬한 소독약 냄새가 진동합니다 









모형의 마을




텅 빈 속을 스캔한  
제작자가
나를 모형의 마을로 옮겨 놓는다


모형으로 가득 찬
번화한 이 마을에선
머리가 잘리거나
팔과 다리가 잘리거나
허리를 툭 쳐 부러져도
수시로 여기저기로 옮겨 다니다
복원되지만
가끔씩은 엉뚱하게 다른 팔다리가 붙어서
절뚝이거나 삐걱거려도 
불편해 하지 못하는  
나는 마네킹.


이 쇼 윈도우 감옥에서
따로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컴퓨터 앞으로
텔레비전 앞으로
종일 스마트 폰 든 채 옮겨져도
눈 마주치지 않아도 되는


스캔될 속을 끝임 없이 비우고
감정을 방전시켜야만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는
나는 모형 인간.








**약력:2010년 《문학선》으로 등단. 시집 『도시의 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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