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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신작시/최서연/처서 며칠 지나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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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최서연
처서 며칠 지나
처서 며칠 지나 산책을 나서는데
풀여치 한 마리
뒤를 따라오며 우네
가을은
저토록 소리 내며 오는 걸까
아직은 더위가 귓밥에 붙었는데
소소한 갓난 숨결에
들리는 대로 귀가 순해지네
손가락 헤는 뭇생각이
도둑풀처럼 달라붙은 발걸음
천기 품은 무현금 따라
풀잎으로 돌아오네
아버지·1
동짓달 시퍼렇게 눈뜨면
문지방 앞에
귀 틀린 세숫대 물을 놓고
번데기 같은 발을 담그셨다
물이 꿀, 럭, 이는지
발이 꿀, 럭, 이는지 들여다보는데
근질거리는 발뒤꿈치에서
물크러진 껍질을 벗겨내는 것이 있었다
막걸리 찌꺼기
또는, 콩비지 같기도 한 물컹한 것은
나비가 되고 싶은
맨발의 숱한 날갯짓이었을까
아버지 나이가 된 봄날
날개 가장자리가 몇 군데 파인 네발나비*가
냉이꽃 제비꽃을 넘나들며
내 시린 발을 녹이고 있다
* 날개 가장자리가 몇 군데 파인 네발나비 : 황동규의 「비문飛蚊」에서 인용.
**약력:2014년 《리토피아》로 등단. 막비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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