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수록작품(전체)

10호/기행산문/이준태/미국 서부 기행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419회 작성일 17-01-03 19:12

본문

기행산문

이준태







미국 서부 기행




   8월 25일
   어제 종일 바빴다. 출국 전에 해야할 일, 세금계산서 발행하고,  각종 공과금 납부와 경조사 부조금 보내고, 집과 사무실 청소, 옆방 게스트 룸에 가구 들여놓고, 여행 짐 꾸리고,  여행 짐에 빠진 것은 없는지 모르겠다.


   어제 큰 배낭은 터미널과 5분 거리인  사무실에 옮겨 놓았고, 가벼운 차림으로, 상시 휴대하는 작은 배낭에 샌달을 신고 아파트를 나섰다. 어제까지 내린 비로 대지가 촉촉하고 기운이 상쾌하다. 지난 일주일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더니 여행 떠나는 날 아침 하늘이 맑게 개었다. 공원을 지나간다. 오늘 같은 날은 메타세콰이어 길이 걷기에 좋다. 흙먼지가 오르지 않아서 좋고 좌우로 늘어선 녹색의 의장대를 사열하는 으쓱한 기분이다. 메타세콰이어 숲길이 끝나면 언덕을 내려가고 마로 직조된 매트가 깔려있다. 여기서부터는 대왕참나무 길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오솔길이다.


   공원길을 지나면 안경점, 이발소, 빵집, 커피숍, 편의점, 화장품가게 등의  상가에 이르고 상가 한 구석 건물에 5층에 있는 사무실에 도착하였다. 큰 배낭을 메고 터미널로 향해 공항버스에 올라 광양을 출발하였고, 순천에서 이번여행의 기획자이고 도반인 두 분 선생님과 합류를 하게 되었다.


두 분은 교직을 퇴임하셨고, 해외여행 경험이 아주 많은 분들이다. 베테랑이 기획한 여행에 왕초보가 같이 하게 된 것이다. 나로서는 행운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공항에 도착해서 또 다른 도반인 부산의 강사장과 합류를 하여 샌프란시스코 탑승수속을 완료하였다.


   오후 네시 반 샌프란시스코를 향하여 비행기가 이륙하였다. 약간 어지러움을 느끼며 긴장감이 스멀스멀 밀려온다. 해외여행에는 단계가 있다. 처음에는 일반적인 여행사 프로그램을 따라다니는 팩키지 여행, 다음엔 인솔자를 따라 목적지에서 숙소는 정해주지만, 각자 자유여행을 하고 식사를 해결하는 반배낭이라 칭하는 여행과, 그 다음 단계는 각자의 멤버가 숙식과 행선지를 알아서 해결하는 배낭여행이라 하는데, 최종 단계는 혼자 배낭을 메고 숙식을 해결하며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것이다. 나는 단계를 뛰어 넘어 배낭여행에 합류를 하게된 것이다.


   장시간 여행에 가장 불편한 좌석이 배정되었다. 좌우로 통로에 접한 자리의 가운데 샌드위치가 된 신세다. 움직이기도 불편하거니와 통로를 나서려면 두 사람 중 한 사람에게


    “Sorry”를 연발해야 한다. 좌측에는 대머리 미국인 젊은 남자가 앉아있고, 우측에는 동양계의 여성이 앉아있다. 대머리는 태블릿 PC를 열어놓고 시종 영화를 보고 있다. 기내에는 여러 대의 태블릿 PC가 보였다. 미국인들의 여행 필수휴대품인가보다.


기내에 들어올 때 진열대에서 가져온 문화일보를 정독하였고, 아시아나에서 제공하는 국산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소』를 보았고, 두 차례의 기내식사가 있었고, 샌드위치 간식이 있었다.
   불편한 자세로 눈은 한 시간 정도나 붙였나? 그렇게 열 시간 반을 보내고,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하였다. 지루하였지만, 견딜만하였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4층에 올라 공항전철을 타니 바로 렌트카 회사가 모여 있는 곳에 내려주었다. 미국은 자동차 이용 시스템이 아주 잘 갖추어져 있는 나라이다. 그곳에 모든 렌트카 회사들이 모여 있고 이 구역도 공항운영의 한 시스템이다. 국내에서 예약한 렌트카회사 알라모에 가서 결재를 하고 앞으로 이십오일 동안 우리를 태워줄 차를 골랐다.


    옆에 있는 빨간색의 클라이슬러 지프차가 눈에 띄였다. 기왕이면 미제차를 타보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는데, 일행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국산차를 선호하여 스포티지로 선택하였다. 네명의 짐을 싣고도 여유 공간이 있어 넉넉하다. 


    한국식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국제수퍼를 찾아가 식료품을 구입하였다. 쌀, 라면, 삼겹살, 배추김치, 총각김치, 마늘, 소금, 고추장, 된장, 참기름과 물 5리터 세통을 사고, 조리된 식품 몇가지(통닭, 빈대떡, 비빔밥)을 사서 억지로 점심을 때웠다. 시차를 느낀다. 어찌된 노릇인지 어젯밤 한국을 출발했는데 여기는 아직 26일 점심이다. 그동안 다녔던 중동지역이나, 인도나 베트남은 시간이 빨랐는데 미국은 느리다. 지금 한국은 한밤중일 것이다.


    샌프란시스코를 나서 Ukaih로 향하다. 우카이는 여행지가 아니고 레드우드를 가기 위해 머무는 숙박지로서, 140마일(224킬로)의 거리다. 두 시간 반 정도로 예상되는데 샌프란시스코도 대도시여서 교통체증이 심하다. 예정된 시간에는 도착하기 힘들겠다.


     금문교를 지나간다. 금문교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다리, 여행의 끝 말미에 다시 들를 기회가 있을 것이다.


    오후 다섯시 경에 우카이에 도착하여 체크인을 하였다. 모텔 Super8, 중급 정도의 모텔이다. 나중에 Super 6에서도 숙박을 하였는데, 끝에 붙은 숫자가 모텔의 등급을 말한다. Super 6은 방값이 헐한 반면에 방이 좁고, 냉장고, 드라이어 등이 없고, 아침식사도 제공하지 않는다. 한 가지 더, IT 강국 대한민국에서 살다가 미국여행 중 불편했던 점은 카톡이 지극히 제한된 장소에서만 가능했다는 것이다. 숙소를 이동하면 체크인 후 제일 먼저 확인했던 것은 WiFi 가능여부였다. 어떤 모텔은 별도의 요금을 내라는 곳도 있었고, 어떤 곳은 아예 없는 경우도 있었다.


저녁에 삼겹살 파티를 하였다. 걸게 먹은 것이다. 그 뒤로 삼겹살은 구경도 못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오늘 네 끼를 먹었다. 서너 시간 간격으로 식사를 했는데, 이것도 시차 조정의 한 단계이리라.


8월 27일
    아침 여덟시에 숙소를 나섰다. 상쾌한 아침, 삼림지대가 있고, 목초지와 농장이 조화롭게 구성된 구릉지대를 지난다. 산록과 저지대에는 넓게 포도밭이 자리를 잡고 있다. 충분한 일조시간과 적당한 강우량으로 포도생산의 최적의 기후를 갖추고 있어 캘리포니아 산 와인은 세계적인 명품이 되었다. 미국의 하이웨이는 대충이 없다. 4차선에서 2차선으로 다시 4차선으로 바뀌고, 6차선으로도 바뀌기도 하였고, 우리나라 고속도로와는 달리 도로사용료를 받지 않고, 중간에 휴게소는 드물고, 있어도 우리나라와 같이 식사와 주유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차는 삼림지대로 들어섰다. 나무 굵기가 점점 더 굵어진다. 국립공원지역으로 들어섰는데 아직 레드우드까지는 20마일이 남았다고 네비게이션은 보여준다.
그 사이 점심시간이 되었다. Trinitad 휴게소에 차를 멈추고,  개스버너를 꺼내 김치찌개를 끓이고, 어제 저녁식사 때 남은 밥에 따뜻한 점심식사를 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시 레드우드를 찾아 나섰지만 같은 길을 두어 번 왔다 갔다 하고, 차를 내려서 길을 물어보고 한 시간 이상을 이렇게 길에서 허비를 했다. 결국은 입이   서울이라고 짧은 영어로 이리저리 물어서 레드우드의 Big Tree를 찾아냈다. 조금 전 점심식사를 한 장소에서 불과 얼마 되지 않은 길에 이렇게 많은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레드우드 숲길 중 왕복 4,5 키로 되는  Foothill Trail 코스를 택하여 트레킹을 시작하였다. 거대한 나무 한 살이의 삶, 즉 생성과 소멸의 수레바퀴를 보여주는 숲길이었다.

빅트리 앞에 섰다. 레드우드에 수많은 거목들이 있지만, 그 중에 가장 큰 나무가 빅트리다. 높이 92,6 미터, 직경 6,6미터, 둘레 20,7 미터, 수령 1500년 된 나무, 한 시간 내내 감동의 연속, 행복한 하이킹이었다.
 





**약력:김제 출생. 소설가.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