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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호/신작시/김순실/김유정역驛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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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호/신작시/김순실/김유정역驛 외 1편
김순실
김유정역驛 외 1편
김유정역에 닿으면
봄이 걸어나옵니다
화통 삶은 목소리의 봉필 영감
올봄엔 점순이 혼례 올려주겠지요
신남역이 김유정역으로 바뀌고
처음 기차를 탔을 때
‘다음은 김유정역입니다’
그 멘트 듣는 순간, 온몸의 분자가
가장 순수하고 황홀하게 들썩거려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은 봄이
알싸한 생강 냄새 풍기며 칙칙폭폭
내 생의 한 가운데로 스며든 이야기들
졸졸 흐르고 흘러
정처없는 말들 건네주고, 간질이고
구름 한 덩이 던져주곤 얼얼한 한 생애를 펼치네요
유정의 사랑으로 오는 춘천의 봄
도적년이 된 산골나그네와 그녀의 병든 남편
이 기차 타고 어서 떠나야 해요
노란 동백꽃 속으로
서서히 떠오르는 사연을 싣고,
페허를 살아낸 내력을 싣고
기차는 끝없이 떠나고
다시 돌아와 젖은 눈이 되겠지요
찔레
신록의 천변 산책로
지렁이 사체에 벌레들 오글거려
한 주검이 누군가에겐 성찬이네
그것은 삶의 한 순간이고
언젠가는 닿게 될 순간이지
바람에 실려오는 찔레향은
달콤하지 않네
어떤 위로도 기쁨도 주지 않네
통곡처럼 피운 환한 적막일 뿐
서로 다른 듯 결국 하나인
삶과 죽음이 서로 마주하고 있는 이 시간
저 눈부신 초록은
누구의 연민의 시선일까
*김순실 1998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숨쉬는 계단』. 『누가 저쪽 물가로 나를 데려다 놓았는지』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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