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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호/신작시/김보일/입관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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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771회 작성일 20-01-2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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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호/신작시/김보일/입관 외 1편


김보일


입관



죽은 사내가 옷을 입네
팔을 들라 하면 당신은 팔을 들고
돌아눕자 하면 당신은 돌아눕네
이리로 하면 이리로
저리로 하면 저리로
당신은 손사래를 모르는 착한 사람이 되었네
두레박줄에 딸려오는 밤중의 우물물이 되었네
生이 늘어진 주검을 잡아 끌면
주검은 새벽의 성기처럼 단단해질 태세네
주검이 생에게 저렇게 순순히 끌려다닐 수 있다니
쓰면 쓰고 달면 달다
한 치수가 크네 작네 입은 토달지 않고
눈은 멀고 귀는 닫혔는데
옷고름 하나 풀 수 없는
오그라진 손, 뒤틀린 팔을 꽁꽁 싸매네
아침에 떠놓은 뭇국은 식고
머위 잎은 말라가는데
나무상자 안으로 가서 당신은 묶인 몸을 눕히시네
촛농은 고름처럼 흘러내리고
향불은 척추를 잃고 무너져 내리는데
옥잠화가 시든 연보라색 길쪽으로
당신은 돌아눕고
사람들은 허공에 눈을 맞추네
눈물이 발등으로 떨어지지 말라고





능소화



당신의 척추를 빌려준다면


당신의 몸을 타고 올라가


지난밤의 붉은 혀를


삼복의 하늘에 걸어놓겠습니다





*김보일 2017년 《문학과 행동》으로 등단. 시집 『살구나무빵집』. 저서 『한국의 교양을 읽는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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