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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호/신작시/박용진/비가 오지 않는 이유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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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호/신작시/박용진/비가 오지 않는 이유 외 1편
박용진
비가 오지 않는 이유
눈사람을 찍었다
감옥에서의 사진이 어떨지 궁금해서 수감된 이유를 묻지 못했다
뒤집지 않으면 피와 침이 흐르다가 멈추기에, 눈사람의 물린 상처엔 살殺기와 살려는 의지가 빳빳했지만 체액을 많이 흘리면서 하고픈 말은 참고 있었다
눈물은 하늘로 오르지 못한다지
쓰러진 자들에게 젖을 가져다 물리고 싶었지만 발라낸 물고기의 사상충처럼 버려질 것 같았다
육각수를 바라보던 육각체들의 잉여
간수는 공회전의 시간이 나쁜 거라 했다 쓸데없는 것의 중간은 여기 아니던가
정체된 시간에 대해 다그치지만 뻘도 있고 펄도 있고 비린내와 젖비린내도 있는데
채도를 선명하게 바꿔도 단백질이 필요해서 단백질을 먹는 우리는
잊힐 것들의 부스러기로 묻기를 그만두어야 하나,
커피 마시려고 커피 포트에 물을 끓인 후 눈사람에게 한 잔 주려니 무거운 입으로 커피 포트만 쳐다봤다 포트란 말에 저무는 그들은
희망에 대해서 소장은 연설을 했지만 구름이 남긴 껍질이 융기하는 세상으로 마무리하는 빈 사진만 남을 줄 알았다
추방당하거나 땡양지 아래 녹지 않길 바라면서
질문은 벽에 빗금으로 묻었다
외양만 무성했을 프롤로그에 대해 축축한 벽 앞 누군가는,
*툴슬렝 감옥.(폴 포트 정권 시기)
**엠에 인Nhem ein은 10세의 나이에 폴포트가 이끄는 군사단체에서 툴슬렝의 형무소
2만 명의 죄수들 사진을 찍었다.
세이렌 고백
보폭을 줄이고 걸었어
금요일 밤은 감춘 채 창고에서 잠자는 브라이스 인형을 안고
오래된 문장을 가져와 하나로 모이는 꿈을 꺼내 보이며
무수히 흩날리는 안구 광시증의 다채로운 세상처럼 씨불였어
일몰 아래 바람이 소름처럼 돋아 말을 멈춘 이들이 발생하고
허문 경계에서 저문 표정이 뒤죽박죽의 목차로
수취인 불명이어도 좋을 편지를 쓰다가
서로는 배제하는 법을 논하기 시작한다
* Brythe doll 1972년 kenner 회사에서 만든 인형.
*박용진 2018 《불교문예》로 등단. 문경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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