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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정령/앵두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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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286회 작성일 17-01-02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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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정령






앵두



환한 날은 루즈를 바르죠. 거미가 쳐주는 차양엔 영롱한 이슬 상제리제를 걸어두어요. 개미가 허리를 씰룩이며 달려와도 달작지근한 입술 내어줄 수 없어요. 초록색 제복은 나의 입술을 더욱 빛내주지요. 남정네들 호리는 법을 알거든요. 입꼬리 올리고 슬쩍 미소 지어요. 새초롬한 눈으로 시선을 올려 보아요. 일벌들 침 삼키며 환장하고 있네요. 녹색치마 허벅지 위로 올려요. 하늘을 보는 척 무르팍 찌르는 수컷들의 아우성이 들려요. 이것마저도 한 철이죠. 해님이 화살 같은 빛을 쏘아대도 장맛비가 따발총처럼 쏟아져도 여럿 후릴 거에요. 뜨거운 태양도 시끄런 장마도 불같은 정열을 막지는 못해요. 그대가 다가와 떨리는 가슴 위에 반가운 눈물방울 또르르 굴리면요. 내 입술 얼마든지 내어줄래요.






망고



비늘도 없다. 아가미도 없다. 눈도 없다. 가시도 없다. 지느러미도 없다. 먼 옛날 바다를 유유히 자적했다는 설만 있다. 바다가 육지로 변했을 신생대 후기쯤이었을 것이다. 남태평양의 한적한 모래 언덕에서였을 것이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물고기는 생의 마지막을 위해 섹스를 했을 것이다. 그렇게 말라 굳어갔을 것이다. 눈알이 튀어나와 썩었을 것이고 차츰차츰 비늘이 바람에 벗겨졌을 것이다. 나무가 생겨나기 훨씬 전이었을 것이다. 태초에 우리는 모두 바다 속에 살던 생물체였을 것이다. 망고를 먹으면 느껴진다. 물고기들의 오르가즘.






**약력:2014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연꽃홍수』. 막비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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