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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허문태/그릇이 깨질 때 내는 소리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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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허문태
그릇이 깨질 때 내는 소리
장대높이뛰기 선수가 신기록을 달성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튀어 오르는 소리
긴 겨울을 건너와 만개한 매화가
하아 하고 탄식하듯 밝아지는 소리
부화를 갈망하는 알이 깨지는 소리
어제에서 오늘로 넘어오듯 내일로 넘어가는 소리
아버지가 깨지던 날
어린아이처럼 울기만 했다
아라뱃길에서·1
서해 앞에 선다.
서해에 도착하기 위해 얼마나 몸을 낮췄나.
흙빛과 풀빛과 하늘빛이 하나가 될 때까지
굽이굽이 돌아온 길이 얼마나 고되었던가.
서해를 바라보고 있다.
이제 가만히만 있어도 곧 서해인데
갑자기 서둘러 서해로 들려 하나
서해는 갯벌을 품고 있다.
텀벙, 바다로 뛰어들지 말라고
뒤척이는 파도가 되어 절벽을 부서지도록 때리다
고단한 그 몸 시퍼렇게 멍들지 말라고
서해는 수평선 같은 갯벌을 품고 있다.
서두르지 말자.
아라뱃길에서는 잠시 멈추어 있어야 한다.
서해가 받아들일 때까지
**약력:2014년 《리토피아》로 등단. 계간 아라문학 부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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