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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신작특선/김을순/엄마 놀이 외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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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특선
김을순
엄마 놀이
아빠가 돈 벌러 나간 양지 바른 뜰
옹기종기 모여앉아 쭉쟁이 밤껍질 꼭지에
싸리비 끊어다 끼워 수저 만들고
소루쟁이 풀 뜯어 진흙 물 풀어 김치 반찬
감자꽃 따다 물김치 만들고
조가비 밥그릇 국그릇 모래밥 가득 담아
돌상에 얹어놓고 아빠를 기다린다
생강나무
이른 봄 마른가지에
병아리 송송 앉아있네
정갈한 잎 손바닥 펴
흑진주 들고 있네
열매 그늘진 곳 불 밝히려나
여인네 머리 단장에 쓰이려나
창밖의 비 가만가만 다가와 노크하고
동백잎 차 한 잔의 생강 향기
유리컵
따뜻한 물 한 잔 마시려고
얼결에 끓인 물 유리컵에 따르자
발칵 성질을 낸다
컵을 식탁에 내려놓자마자
박이 갈라지듯 두 쪽이 나면서
바닥에 나뒹군다
벌게진 손을 찬물에 행구고
조각 난 유리를 바라보니
그때 내 말도 저렇게 뜨거웠을까
화를 내며 돌아서던 우리의 우정
엉겅퀴꽃
비오고 개인 하늘 깊어지고
흰 구름 나뭇가지에 걸쳐 쉬어간다
숲속 엉겅퀴가
아가씨 볼연지 붓솔처럼
피고 있다
호랑각시나비 노랑나비
날개 펄럭이며
엉겅퀴 꽃 사이를 날아오른다
꽃이 다칠세라
톱날 같은 푸른 잎이
하루종일 지키고 있다
수수꽃 타래
밭두렁
꺽다리 수숫대가
칼날 같은 이파리들을
바라보고 있다
키 작은 노란 국화는
보라꽃 쑥부쟁이
지키고 있다
더벅머리 총각이
붉어진 얼굴을
자꾸 숙인다
아,
당신 얼굴은
깨박사군요
**약력: 2014년 《한맥문학》으로 등단. 수리담시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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