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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장종권/고공비행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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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장종권
고공비행
비행기의 고공비행은 구름 위로 훨훨 나는 것이다.
독수리의 고공비행은 대륙의 산맥을 훌쩍 넘는 것이다.
잠자리의 고공비행은 미루나무 위를 살짝 넘는 것이다.
개미의 고공비행은 구겨진 신문지 하나 타고 넘는 것이다.
나의 고공비행은 고작 사람 하나 훌러덩 넘는 것이다.
그런데 그대가 고공비행을 시작하기만 하면,
구름도 산맥도 미루나무도 구겨진 신문지도 아무 것도 아니지.
스마트폰
스마트폰 속에는 무엇이든 집어넣을 수 있다.
하늘도 집어넣을 수 있고, 땅도 집어넣을 수 있다.
산도 집어넣을 수 있고, 바다도 집어넣을 수 있다.
책도 집어넣을 수 있고, 그림도 집어넣을 수 있다.
음악을 집어넣는 것도 문제가 아니다.
세상의 놀이란 놀이는 다 들어갈 수 있다.
나라도 집어넣을 수 있고 세계도 집어넣을 수 있다.
돈도 얼마든지 집어넣을 수 있다.
내 고향도, 유년의 초등학교도, 집어넣기만 하면 들어간다.
사람도 집어넣을 수 있다.
부모도, 자식도, 애인도, 집어넣기만 하면 다 들어간다.
스마트폰 속은 바다보다 깊고 우주보다 넓다.
손 안에 달랑 들어가는 것이 참 대단하기도 하다.
무엇이든 집어넣기만 하면 다 들어간다.
그래서 하루종일 스마프폰만 들여다보아도 살 수 있다.
그 속에 다 들어 있으니 얼마나 편리하냐
내 맘대로 들여다보고 대화를 할 수 있으니 애완견보다 낫다.
보기 싫으면 닫으면 되고, 보고 싶으면 다시 열 수 있다.
그에게 나는 황제이고 하늘이다.
절대로 마음을 바꾸지 않는 애인이다.
친구도 별로 필요치 않다.
부모도, 형제도, 이제는 역할이 없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세상에 못할 게 없다.
그런데 하루종일, 혹은 며칠이고 스마트폰과 놀다보면
당연히 배가 고파온다. 이제 알겠다.
이놈의 결정적인 단점은 밥을 챙겨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약력:1985년 《현대시학》 추천완료. 시집 『호박꽃나라』외. 인천문학상, 성균문학상 수상. 계간 리토피아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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