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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장경기/화려한 먼지의 춤을 말하려 하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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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355회 작성일 17-01-02 18:50

본문

신작시

장경기







화려한 먼지의 춤을 말하려 하네



1.
창가에서 삶은 계속되었지



더는 슬픔을 말하지 않으리
햇빛살 내리는 창가에서
바람도 없는 골목으로
흔들리며 내려앉는 화려한 먼지의 춤을
뉘 말할 수 있으리



삶은 끝을 말하려 하지 않네



2.
서로의 그림자를 끌어안고
햇빛살 반짝이는 창가에서
삶은 계속되었지



뉘 부르는 이 없는 이 창가의 한 생
화려한 먼지의 춤이었나
낮에도 밤은 내리어 저 어둠 속에 반짝이는 걸
뉘 말해줄 수 있으리.
머물 수 없어 잠시 흔들리는 화려한 먼지의 춤을



단 한 번쯤은 말하리라 이 병든 슬픔
와락 너의 그림자를 끌어안고



그러나
표정도 없이
나는 돌아서고 세상은 부드러움 속으로
오늘도 무너지며 가라앉으리
노을도 시나브로 제 빛깔을 잃어버려
세상은 흑백으로 바래어
표정도 없이 장미꽃 흩뿌리는 거리로 나는 가네



화려한 먼지의 춤을 말하려 하네



3.
누구인가
먹구름 속에서 나를 부르는 저 화려한 입술들
폴폴 눈송이마냥
마루에 안방에 내려와 말하려 하네



‘그래, 말해봐 말해봐 제발’
입술들은 푸들푸들 말라바스라져 마루에 안방에 흩날리네



그대 표정없는 눈빛 속으로
나는 가야해 꿈도 없는 잠속으로 무너지리



흔들리는 그림자를 품어 앉고
슬픔도 없이



꿈도 없이
돌의 잠속으로 가라앉는
화려한 먼지의 춤을







세월호

―목없는 고양이들이 우우




1.
이상하죠
세상이 비스듬이 기울어요
누은 아파트 방에는 물이 차올라요
방안으로 길거리에 들고양이들이 튀쳐들어와요
허연 벽이 흐물흐물 물 아래로 무너져 녹아내리고
나는 딸애를 찾아서 서성여요



점점 넓어지는 방안은 어느새 배 안에 선실로 변해가고
구명조끼 입은 아이들, 선생님도 보여요
차오르는 물 위로 고양이들이 떠다니다
침대 이불 위로 올라와서는 우우우 울어요



‘지금 해경이 도착했어. 구조순서 기다리고 있어
엄마 아빠 보고 싶어 빨리 갈게’
문자가 날라오는 시계는 10시 15분
기울어진 TV에서는 생중계로 해경이 나오고
‘그래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구조대원 말씀 잘 들어야 한다
아빠가 지금 데리러 갈게’



나는 버스를 탄채로 선실 안을 뒤지고 있어요



2.
물에 젖은 고양이들이 기어오르는
녹아내리는 벽에는 4월 16일 2시 20분,
구조자 명단이 붙고 있어요
딸애는 2차 명단에도 보이지 않아 나는 찾아 헤매고
목잘린 고양이들이 두 발로 일어서서 우우 울부짓어요
  


구조된 아이들을 실은 버스 세 대가 들어와요
담요를 덮은 채 파랗게 질려서 오돌오돌 떠는 아이들 속을
나는 딸을 찾아 헤매요
우리 예를 보았다는 아이에게 연신 묻지만
아이는 얼이 빠진 채 그냥 쪼그리고만 있어요



배는 더 기울고 거꾸로 뒤집히며 가라앉고 있어요



3.
어두워진 물에는
골절된 손가락들이 떠다니며 철문을 긁고 있어요
핏멍으로 까매지도록 긁다가 물 아래로 무너져 내려요



에어포트로 올라간 아이들은 질식해가며 까무륵히 꿈꾸고 있어요
서서히 볼 위에서 말라가는 눈물 자국 위로
한 줄기 마지막 눈물이 흘러내려요



어두운 물 위에는 푸르딩딩한 아이들이 떠돌고 있어요



‘우리 얘는 무슨 생각 했을까?  
구조를 코앞에 두고 살 수 있다고 희망에 부풀었다가
살았다고 확신을 했다가 그게 갑자기 꺼지는 그 순간’



나는 끝도 없이 마지막 숨 몰아쉬는 아이만 떠올리며
아이를 찾고 있어요
목잘린 고양이들이 옷장에서 침대에서
우우우 울고 있어요







**약력:1992년 《현대시》로 등단.저서 『몽상의 피』, 『안개의 집』, 『마고』, 『신용불량자』, 『눈꽃경전』, 『또 다른 변신을 향해서』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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