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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남태식/시월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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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남태식
시월
납작,
근육이 마르고 있다.
엎드리고 있다.
심장이 풀리고 있다.
흐르고 있다.
하늘이 주름을 걷는 사이
한참,
바다가 가까워졌다.
수구守舊
‘비평가가 웃는다’- 쟈스퍼 존스, 1959
‘비평가가 웃는다’- 쟈스퍼 존스, 1959
올리브비누를 보았다.
옆자리에 3단의 높이로 놓여 있었다.
루어왕이 사랑한 프로방스의 향기라고 쓰여 있었다.
애초에는 옆자리의 올리브비누를 알지 못했다.
올리브비누 하나를 들었더니 향이 강했다.
애초에는 느끼지 못했던 올리브비누의 향이었다.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들어오면서
3단의 높이로 옆자리에 놓인
올리브비누를, 올리브비누의 향을 잊었다.
앉자마자 올리브비누의 향이 온몸을 감쌌다.
급기야는 올리브비누의 향이 온 카페에 가득 찼다.
올리브비누를 보지 않았어도 향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나는 지금 올리브비누의 향에 싸여 있다.
카페를 나서기 전까지 이 올리브비누의 향에 취할 것이다.
보기 전에는 애초에 느끼지 못했던 향이었지만
이건 사실일까.
한 번도 순서 어긴 적 없이 꽃들은 아직 피고 있을까.
순서 없이 꽃들이 피고 또 지고 있다.
* 3연 5행은 안도현 시 「순서」의 일부를 빌림.
**약력:2003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속살 드러낸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 『내 슬픈 전설의 그 뱀』, 『망상가들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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