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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김보숙/홍등가의 폭켄스 자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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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보숙
홍등가의 폭켄스 자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일해 온 최고령 쌍둥이 매춘부 자매가 은퇴를 선언했다. 자매의 나이 70세 되던 해였다. 홍등가의 폭켄스 자매를 찾고 있었을 때 계절은 마침 뒤섞여 있었다. 벽에 문을 내는 일에 게을러진 나는 오늘의 날씨를 묻기 위해 너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외출 중이오니 다시 연락하세요. 비가 올 때면 우비를 입고 외출을 하는 너의 습관을 떠올리며 나는 벽에 그린 창을 열고 비를 그렸다. 엄마 나는 이제 폭켄스 자매를 찾으려고 해요. 폭켄스 자매가 살고 있는 곳의 지도를 깔고 기름을 튀기며 밥을 먹던 오늘 아침을 이해할게요. 지도를 보며 천박한 호기심이라고 낄낄대고 웃던 보조개도 이해할게요. 알 없는 안경을 쓴 엄마와 안경 없는 알을 쓴 아빠의 배웅이 마침 뒤섞인 계절 속에서 찬란하게 빛났다.
사물의 멍
다리에 깊스를 한 그녀가 놀이터 그네에 앉아 있다. 녹이 슨 그넷줄에 머리를 기댄 그녀가 휘파람을 분다. 그네를 타고 있는 이국여성의 휘파람이 멎은 골목을 흘러다닌다. 쓰러진 목발을 그네 곁에 세워주고 집으로 돌아가는 어린아이와 세워진 목발을 또다시 쓰러트리는 겨울바람이 오늘 그녀가 본 이국의 풍경이다. 이곳은 아플 때 휘파람을 불지 않아요. 부 디 호 흡 을 삼 가 해 주 세 요. 휘파람을 불고 있는 그녀의 입술에 하얀 눈이 내린다. 석고가루처럼 휘날리다가 입술을 붙인다.
**약력:2011년 《리토피아》로 등단. 막비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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