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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특선/우동식/그쪽, 팽목항 외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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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1,778회 작성일 15-07-13 11:47

본문

우동식

그쪽, 팽목항 외 4

  

 

416 기억하라 그쪽,

대한민국 총체적 부실의 침몰 그쪽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있어라 착한 그 소리는 아직도 그대로

 

4762951729

암호같은 숫자만 소리로 전시되었다

침몰, 40일 만에 174번 시신수습 유전자 검사로 친자확인

하나님! 고맙고 감사합니다  아들 돌아와 줘서 고마워!

아들 돌아와서 부러워요. 축하해요! 이런, 이런

 

진도 팽목항은 소리의 바다였다

맹골수로에서 부는 바람소리

바람이 전하는 통곡소리

진실을 인양하라는 풀리지 않는 바다같은 소리들

 

꽂들마저 그 바다로 목을 꺾었다

바람에 펄럭이는 숱한 깃발도 손짓마냥 그쪽으로 나부끼고

솟대 위의 새들마저 그쪽 향해 눈을 떴다

더 이상 비출 빛마저 잃어 우두커니 서 있는 등대

마을을 지키던 개들도 그쪽 향해 주시하다 짖기를 반복하는데

기억과 눈물로 형상화 된 하늘나라 우체통에는

 찢어진 가슴만 쌓인다

 

416 304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데 하면서도 돌아서고 있다

 

 

 

 

각시붓꽃

 

 

고사리를 꺾다가 산에서 길을 잃었다

갑자기 눈앞이 환해졌다

소나무 아래 각시붓꽃 한 촉

오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이 깊숙한 마음에 찾아줘서 고맙다는 듯이

함초롬한 눈웃음 짓는다

보랏빛 단아한 꽃잎과

초록 잎의 맵시가

딱 청초한 새 각시 기품인데

그 자태에 매료 된 나는 가만히 허리를 숙였다

이내 무릎 꿇고 가슴을 열어

각시붓꽃 밑동까지 끌어안았다

수십 년 겨울 강을 건너 여기에 있었다고

그녀의 그늘이 향기보다 더 먼저 가슴에 스며들었다.

그늘마저 꽃이 될 수 있는

숲바다 비밀화원에서

햇살과 바람으로 Free Hug 한다

 

 

 

 

못된 습성

 

 

가두리 양식장이 터졌다

터진 구멍으로 감생이가 쏟아졌다

양식장 주인의 허물어진 담장으로

물 만난 강태공들이 몰려들었다

욕망을 집어넣는 순간

감생이가 덥석 덥석 습성을 물고는

반항 없이 끌려나온다

삽시간 어구에 쌓인 수십 마리의 감생이

퇴행성 지느러미와 눈먼 시안

원시적 생존법을 망각하고

떡밥에 길들여진 천연덕스런 놈들,

우리 산다는 것이 거기서 거기라고

가두리 주변을 배회하고 서성거리는 녀석들,

날마다

물의 울타리에 길들여진 습성들이

파닥거리는 날이다

 

 

 

 

러너스 하이Runer's High

 

 

또 뻘뻘거리며 고갯길을 기어오른다

일그러진 얼굴 뒤범벅이 된 땀

그만 풀썩 주저앉고 싶다

늘 그랬어

왜 이 높은 한재를 넘어야 하느냐고

깜깜한 터널을 지나야 되느냐고

뽀루퉁하게 이맛살을 찡그린다

그래 한 번 와 봐

안은 따뜻하고 서늘해

더 없이 평안한 곳

곁길 없이 오직 빛으로만 길을 안내하는 곳

 

생의 비등점沸騰點

터널을 지날 때는 그냥 가면 된다

곧 내리막길이다

 

 

 

 

 

 

나뭇결의 흐름과 무늬를 읽어야 한다

속이 훤히 보이는

유리나 얼음 속에서도

결을 따라 깨어지고 흩어진다

물도 결을 따라 무늬가 만들어지고

바람의 결기가 파도가 된다

잔잔한 물은 물속 결들이 

평행을 유지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심지어는 침묵 같은 바위에도 결이 있어

부여잡았던 손을 놓았을 때 부서지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더 많은 결이 있다

때를 밀거나 마사지를 할 때

결과 결 사이를 비집어야 한다

머리카락을 빗질할 때도

결의 방향을 따라 쓰다듬어야 한다

잠자는 호흡에도 결이 있어 꿈길이 열린다

어린이 숨결에는 새록새록 자라는 소리

늙은이 숨결에는 노을이 보인다

숨을 거둔다는 것은 결이 사라진다는 것이겠지

깊은 마음속에도 결이 있어

결을 세우기도 하고 매끄럽게 다듬기도 하는데

대개는 세우는 날에 스스로 마음이

베이기도 상처 입기도 한다

심지가 견고하다는 것은 그 결을 잘 가꾸어

결속하는 일이다

결을 세우기보다 결을 따라 살피고

결의 흐름을 따르는 게 결격 없는 순리겠지

 

 

 

 

시작메모

시로 세상의 벽을 허물고 싶다

 

 

자연을 사랑했다.

자연이 스승이고 놀이터이며 삶의 터전이었으며 그 소산물을 먹으며 살았다.

만물이 거기로부터 출발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얼마간 성장했을 때 그 자연은 사람을 위해 지음 받았음을 알게 되었다.

사람이 자연을 지배하고 자연은 사람을 위해 존재 했다.

또 얼마간 지났을 때 자연과 사람을 창조하고 지배하는 창조주 영의 세계가 있음을 알았다. 그땐 영()이 혼()을 지배하고 혼이 육()을 지배하는 유토피아를 꿈꾸었다.

그러나 그 창조주는 사람을 위해 죽기 까지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결국 다시 사람의 가치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의 시는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 사람과 절대자와의 관계성에서 시작한다.

파괴되고 흐트러지고 단절된 관계성을 회복하는데 시의 역할이 있다고 보고

본질과 원형 순리를 찾는 중이다.

꽃이

웃음꽃이

모퉁이 벽을 깨뜨리고

야금야금 담장을 허문다

이 골목 저 골목

이 집 저 집 물처럼 스며들어

꽃수를 놓는다

 

세상이 꽃밭이다

 

-<꽃이 세상의벽을 허문다> 전문

 

시로 세상의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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