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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권혁재/수양딸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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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수양딸 외 1편
사람이 버린 들고양이를
잘 키우는 여자가 있었다
상수도 저수탱크가 있는
낡은 화장실
그 언덕길 은행나무 아래
작은 생선 토막을 놓고
노을을 반쯤 깨문 여자가
긴 머리카락으로
저녁을 물들이며
바람에 날리고 서 있었다
새끼를 밴 어미 들고양이가
볼록한 배를 땅에 닿을 듯
여자가 내민 손을
혓바닥으로 핥으며 지나가고
여자를 흉내 낸 휘파람소리에
온몸의 털을 세워
낯선 발자국을 할퀴어 놓은
초경이 시작된 들고양이는
화장실 지붕에 뛰어올라가
초승달을 깨물었다
놀란 달이
은행나무 언덕길을 내려가는
여자의 발길에 걸려
계집아이 울음을 토해냈다.
산골散骨 2
아버지의 유분을
산등성이에다 모셔 놓고
형과 사골국을 먹는다
북풍은 이미 멎었는데
어느 바람을 타고 쫓아왔는지
뚝배기에 가라앉은 아버지
휘휘 저을 때마다
아버지 냄새가 난다
싱거운 듯 형이 눈물로
간을 살짝 친다
수저를 든 나의 손도
바르르 떨며 간을 보탠다
천 근 같은 시간 사이로
희뿌옇게 불어대는 골바람
울며 국을 한술 뜬다
간이 잘 맞는 아버지
아버지를 맛있게 먹는다.
권혁재 -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투명인간』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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