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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김종옥/두더지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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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2,401회 작성일 15-07-13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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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옥

두더지 외 1

 

 

멧뿌리를 헤치고 쏜살같이 사라지는 그

나는 밤새 굉음을 내며 달리는 놈을

짙은 어둠을 파내는 손을

상상한다 창밖에는 달빛이 두툼하게 쌓이고

눈을 비벼가며 귓속을 파고드는 소리를 더듬는다

어렴풋한 것들은 기억들의 자취

어둠이 한소끔 더 깊어져야 비로소 뚜렷이 보이리라

그렇게 형체를 알 수 없는 놈에게 끌려 수없이 드나들었던 구멍들과

끝없이 어둠을 녹여내는 휘황한 불빛들과

맞닥뜨린다 층계들은 밑으로 밑으로 끝없이 자라나고

막다른 골목에 닿아 손톱이 문드러진다

놈이 파놓은 터널 끝에 삽을 꽂는다

발을 굴러 몰아간다

그리고 재빠르게 파헤쳐 간다

놈이 허둥지둥 쫓겨 마침내 삽날에 닿으리라

날이 밝으면 어둠에 절어 쏟아져 나오는 퀭한 얼굴들

핏발 선 아스팔트 위에 뿌려진 햇살과 섞여

또 어딘가로 숨어드는 저 낯익은

 

 

 

 

기록보관소

 

 

어두워지는 이수교차로 멈춰버린 속도 위에서

잠의 경계를 들락거린다

잠이 부드러울수록 나는 점점 질주의 본질에서 멀어져 간다

지금 전기장판과 리모컨이 필요해

텔레비전에서 조각조각 쪼개주는 세계를 덥석 집어 먹으며

집요하게 돋는 비늘을 애써 감춰둬야 하는 시간

충혈 된 눈으로

잠을 찢고 달려드는 붉은 족제비를 본다

차창으로 악착같이 달려든다 나는 놈을 좇아 허둥지둥

긴 꼬리를 숨기지 않는다 수없이 뚫린 어둠이 말캉해지고

핏 속에 흐르는 유전자는

닭장을 노려 닭을 물어 갈 수 있다는 것

죽인 닭을 감쪽같이 먹어치우고

여전히 동그란 눈을 반짝거리며 텅 빈 닭장을 노린다는 것

쇠창살로 막고 감시 카메라를 들이댄다 해도

그로부터 안전할 수는 없다

놈의 허기처럼 내 안에 스며들어버린 놈을 나는 볼 수 없는 법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고 있다

저 사거리만 지나면 곧 올림픽대로에 오르고 집으로 가는 길은 환하게 뚫렸으리라

나는 백미러에 움직이기 시작한 차선을 노려 좁은 공간으로 돌진해 들어간다

 

 

김종옥 - 2005애지등단. 시집잠에 대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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