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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정영희/우연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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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2,575회 작성일 15-07-1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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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우연 외 1

 

 

집토끼는 왜 산으로 왔을까

 

어디서 도망쳐왔는지 기력을 모두 탕진한 토끼는 날아드는 돌팔매처럼 철쭉덤불 속에 처박힌다

 

나는 순간적으로 철쭉나무를 가리고 서서 토끼몰이 하는 아이들에게 새빨간 거짓말을 했다

 

집토끼는 왜 산으로 왔을까

 

이른 새벽부터 저녁까지 사람이 들끓는 약수터에 집토끼의 방생은 수난의 연속이다

 

가뿐 숨 몰아 쉬던 철쭉덤불 속은 이내 잠잠하고 어느 날 뜻밖의 사고에서 우연에 기댔던 나처럼 토끼는 위기를 모면 한다

 

우연에 기댄다는 것, 말 그대로 우연이다

 

 

 

 

난해한 긍정

 

 

반쪽 어둠은 그늘을 앞세우고 왔다

온전히 검은 것도 흰 것도 아닌

어둠은 낮게 떠도는 주파수 벽이다

도로 위 자동차가 벽에 부딪고 멈춰섰을 때

나는 유리컵 속 물처럼 엎질러졌고

찰나의 어둠 속에서 낯선 별을 보았다

사고에 충실한 들것에 실려

도심 속 섬으로 떠밀려갔다

유폐는 그런 것

병실에 갇혀 있는 동안                                                          

내 몸에 무수히 박히는 은 가시들

매일 밤 잠을 샀지만

통증을 동반한 불면은 벼랑이었다

내 안의 어둠이 그늘을 품고

더 깊은 어둠일 때 꽃을 내려다 보듯

대장간 쇠붙이의 연단을 생각했다

새 장에 갇힌 새처럼

뒤늦게 긍정의 주파수를 올려놓고

나는 반쪽 어둠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정영희 - 2007년〈열린시학 >으로 등단, 2012년 열린시학상 수상. 시집「바다로 가는 유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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