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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천선자/시놉티콘 ·2 - 페이스북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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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자
시놉티콘 ·2
-페이스북
홍길동 님이 님을 친구로 초대하였습니다.
모르는 사람이구만, 언제 봤다고 친구야, 바빠 죽겠는데, 안 보이는 줄 알고 장난하니, 그건 착각이고 네 모든 걸 보고 있거든, 마우스 그만 못살게 굴어. 컴퓨터 구석구석 숨어 있는 쥐, 세상 쥐를 다 잡겠어. 심심하면 혼자 놀지 괜한 사람 붙잡고 야단이야. 네 본분은 관공서 예서 위에 앉아있는 거야, 그래야 사람들이 서류 작성을 제대로 할 거 아니냐구.
투덜거리며 초대장을 지운다.
홍길동 님의 초대장이 다시 온다.
금세 초대장을 또 보내니, 아버지를 아버지라 못 부르는 네 안타까운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창칼 들고 양반을 때려부수고 불쌍한 백성들을 구해야지. 그 옛날의 용기와 정의감은 국을 끓여드셨나. 콩나물국, 된장국, 그러다 시래기 우거지국 될라. 안 받는다는데, 굳이 받으라는 윽박질은 무어냐. 넌 사람이냐, 기계냐, 아니면 형사라도 되는 거냐. 왜 밤낮 따라다니며 미행을 해. 기분이 나쁘거든, 내 컴퓨터에서 빨리 사라져 줘.
플러그를 뽑자 홍길동 님 눈이 이상해진다.
파놉티콘 7
-보증금지급기
전철에서 내려 보증금지급기로 간다. 카드를 넣고 맡겨놓은 나를 찾는다. 맡겨놓을 때는 뭔가 귀중한 것을 맡겨 놓은 것 같은데, 돈으로 셀 수 없는 마음속의 보물을 맡긴 것 같은데, 순도 구십 구 프로의 참마음, 언제나 피어나는 웃음꽃, 당신을 향한 사랑의 무게, 무엇인가 특별하고 소중한 것을 두고 가려니 불안해 선뜻 발길을 돌리지 못했는데, 누군가 금방이라도 훔쳐갈 것만 같아 주위를 뱅뱅 돌았는데, 지금 생각을 하니 혼자 착각에 빠져서 살아왔다. 꼭 오백 원짜리 동전만큼의 무게로 평생을 살아왔다. 무엇이든 돈으로 가늠하는 세상, 가볍게 살아온 머리꼭대기 위, 오이장아찌를 눌러두던 묵직한 돌멩이라도 눌러두어야겠다.
천선자 - 2010년『리토피아』로 등단. 2014년 리토피아문학상 수상. 2014년 전국계간지작품상 수상. 막비시 동인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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