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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양진기/귀신고래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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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2,967회 작성일 15-07-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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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기

귀신고래 외 1

 

 

죽여야 사는 육식동물이었지

젖을 빨 때부터 경쟁이 시작되는 지상의 포유류

먹거나 먹히거나 이기거나 지거나

동족의 목에 송곳니를 꽂는 삶은 끔찍해

바다로 갔어

바다로 투신해 육지의 생을 버렸어

한 많은 영혼이 귀신이 된다는데

귀신은 되지 않고 고래가 되었어

무덤 같은 등을 지고 다니다 그 무덤에 묻히는 고래

방고래를 빠져나와 공중으로 흩어지는 연기처럼

가끔씩 수면으로 떠올라 부푼 꿈을 허공에 뿌리며

백만 년 동안 몸을 부풀려 공중부양을 연습했지

두둥실 떠올라 수평선 끝까지 가 보려고 해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불분명한 곳

해와 달이 뜨고 지는

삶과 죽음이 모호해지는 그곳

펄쩍 뛰면 구름 속 세상

 

 

 

 

지하철 행상인

 

 

객차가 움직일 때마다

덜컹, 내려앉았던 한때를 기억한다

카트 트렁크를 열면

그가 지상에서 떼어 온 물건들이 열변을 토한다

금이 간 사랑도 붙일 수 있는 강력 본드,

슬픔이 스며들지 않는 비옷,

펄럭이는 마음을 붙들어 주는 빨래집게가 말을 붙인다

단돈 이천 원의 물건을 들고

객차 한 바퀴 휘휘 돌지만

승객들은 사랑도, 슬픔도, 펄럭이는 상대도 잃어버렸다

 

그가 마음 문을 닫자 객차 문이 열린다

여닫히는 마음 문을 지나며

하루치의 희망도 여닫힌다

지하에서 지하로 이동하며

지상의 생활을 접은 지 오래

지상에 노출되면 필사적으로

땅속으로 파고드는 땅강아지

지하의 단칸방으로 스며든다

젖은 벽지 위에는 검은 꽃들이 피어나고

그의 꿈도 축축하게 젖어 흘러내린다

내가 먼저 가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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