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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방지원/분명히 있었는데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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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방지원
분명히 있었는데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얼마 전까지 분명히 있었는데
그럼 그는 어디로?
꿈꾸는 무지개 멜로디와 함께 가뭇없이
두려운 배신이다
그는 다른 세상 사람이 되려고 단단히 마음먹었을까
새로이 내려진 긴 줄을 밟고 아득히
자분자분 어둠 속을 걸어갔을까
가득 찬 그의 우주도 함께 들고 갔는지
벌써 하늘 한 귀퉁이 붉게 무너지고
천지간 어디서
헤이즐럿 향의 음성을 다시 들을 수 있을지
차마 지우지 못하는
전화번호 책을 하나 만들어야 할까 보네.
쇼팽과 춤을
간헐천의 용솟음이 그랬을까
응축된 열정을 한꺼번에 뿜어내는
눈부신 절제 숨 막히는 마성의 선율을
쇼팽 당신은 많이도 썼지
그 애잔한 민속춤곡 마주르카에 맞춰
나는 당신과 춤을 추네
슬라이드 컷 홉!
푸른 하늘이 모두 내 것이던 꿈같은 시절
뭉클 그때가 그립네
슬라이드 컷 홉!
비단처럼 고와라
절망과 고뇌의 창백한 손끝에서
시로 피어나는 찬란한 세계
영혼의 소리를 함축하는 피아노의 시인
당신의 마주르카 친필 악보를 놀랍게도 만난 날
아무래도 나는
당신의 영원한 조국 폴란드를 사랑하게 될 것 같네
슬라이드 컷 홉!
**약력:1999년 《문예한국》으로 등단. 시집 『한 고슴도치의 사랑』, 『비단 슬리퍼』, 『달에서 춤을』, 『짝사랑은 아닌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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