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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현
제 5회 김구용 문학제를 성황리에 마치고
2015년 2월 28일 토요일 오후, 영하의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인천수림공원웨딩호 별관에는 꽃다발을 들고 제5회 김구용시문학상과 리토피아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러 오는 시인들과 하객들의 발걸음이 분주하였다. 김구용시문학상에는 김안 시인(시집 미제레레), 리토피아문학상은 천선자 시인(시집 도시의 원숭이)이 수상하였다.
이 날 사회는 탤런트이자 MC인 신하나 양이 1부 시상식과 2부 축하공연 전체 진행을 맡아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김구용시문학상의 운영위원장인 김동호 시인과 전 국회의원 강인섭 시인,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인 문효치 시인, 목포대 명예교수인 허형만 시인, 인천부평갑 문병호 국회의원, 인천 중구 김철홍 의원, 김제향우회 구본범 회장과 백우선, 이경림, 백인덕, 김왕로, 권정일, 김유석, 김영산, 최종천, 하두자, 허금주, 김중일, 김성규, 신동옥, 오은, 박장호, 서대경, 남태식, 김승기, 이이체, 이재훈, 이현호, 정승열 시인 등과 임우기, 고명철, 권경아, 강경석 문학평론가, 강인봉 작가 등 200여 명의 문인과 하객이 입추의 여지없이 시상식장을 가득 메웠다.
1부 시상식에서 김동호 시인은 김구용시문학상이 해마다 발전을 거듭하여 신뢰 받는 문학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문효치 한국문협 이사장 역시 축사에서 좋은 수상자와 좋은 잡지와의 관계는 필수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문병호 국회의원도 축사에서 인천지역의 의미 있는 문학상이 제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다 같이 협조하자고 역설했다. 그리고 본인도 경제적인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대목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본상 시상식에 앞서 리토피아 신인상 시상식도 함께 치러졌다. 2014년 2015년 신인상 수상자는 최서연, 허우범, 정기재, 김영덕, 김설희, 윤종환, 김종찬 시인이다. 시인으로 첫발을 내디딘 신인상 수상자들 모두 축하드리며 좋은 작품으로 지면에서 자주 만나 뵙길 바란다. 김구용 문학제는 타 시상식장과는 다르게 기 수상자들이 함께하는 깜짝 이벤트가 있었다. 김구용시문학상 기 수상자인 제1회 수상자 권정일 시인, 제3회 수상자 김중일 시인, 제4회 수상자 김성규 시인이 참석하여 제5회 수상자인 김안 시인을 축하해 주며 함께 사진을 찍는 훈훈한 모습을 보였다.
1부 시상식에 이어 2부는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맨 처음 출연자는 가수 신윤성 양이며 신들린 재즈 바이올린 선율로 객석을 매료시켰다. 이어서 백댄서와 함께 본인의 신곡을 불러 많은 박수를 받았다. 두 번째 출연자는 가수 신현우 군으로 중저음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심금을 울리는 노래를 불러 듣는 이로 하여금 애잔한 회상에 젖게 하였다. 세 번째 출연자는 전영랑 시인의 아들로 홍대에서 밴드 활동을 하고 있는 김용주 군의 무대였다. 앳된 외모와는 다르게 뛰어난 가창력으로 “서른 즈음에”를 불러 많은 이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마지막 무대는 갓 데뷔한 아이돌 제이블럭이 피날레를 장식하였다. 김구용 문학제 축하공연에서 따끈따끈한 신곡을 불러 본인의 데뷔무대가 되었다. 뒤이어 가수 비의 노래에 맞춰 세 명 아이돌의 칼군무를 보며 나이 지긋한 여류시인들도 소녀 감성에 젖어 오빠, 오빠를 외치며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 들었다. 축하공연 내내 박수와 앙코르를 외치며 함께 즐기는 문인들의 모습을 보며 조용하고 엄숙하게 치러지는 여느 문학상 시상식들과는 달리 김구용시문학상 행사가 차별화 되어 감을 느꼈다.
축하공연이 끝나고 배가 출출해진 하객들은 수림공원 별관에 마련된 푸짐한 만찬을 삼삼오오 모여서 담소를 나누며 맛있게 먹었다. 오랜만에 만나 헤어지기가 아쉬운 분, 술 한 잔하며 회포를 풀고자하는 분들을 위한 뒤풀이 행사는 리토피아 2층에 새로 단장한 아트홀 2실에서 계속 이어졌다. 50여명이 꽉 들어차서 아트홀 2실이 비좁아 일부는 사무실에 자리를 잡기도 하였다. 장종권 주간의 즉석 사회로 뒤풀이에 참석하신 분들의 소개가 이어졌고, 얼굴이 불콰해진 TV 진품명품 감정위원이신 김영복님이 김구용 선생님에 대한 일화를 소개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리고 리토피아 사무실에 걸린 (김구용 선생님이 장종권 주간에게 직접 써주신) 휘호 <雲行施雨>를 보더니 주역에 나오는 말로 ‘구름이 움직여 비가 오게 한다.’는 뜻이라며 김구용 선생님이 하는 일이 잘 되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긴 뜻으로 써주신 것 같다고 풀이를 해주고 글씨의 조화가 잘된 기막힌 작품이라고 칭찬을 하였다. 덧붙여 자신이 김구용 선생의 작품을 20여점 가지고 있는데 이것보다 좋은 작품은 없다고 하며 다음에 김구용 선생님 작품을 전시할 기회가 있을 때 꼭 빌려달라고 부탁 말씀을 하였다. 마지막으로, 노래방기기가 마련된 1층 아트홀 1실로 이동하여 노래를 부르며 즐기는 것으로 김구용문학제의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김구용선생님 시는 난해시로 치부되어 시단에 저평가된 면이 없지 않다. 한 문장 한 문장을 음미하며 그의 시 한 편을 감상해보자.
그는 팔을 어제와 내일로 뻗고
간혹 방황한다.
한밤중에 눈뜬 그림자였다.
자기 몸을 애무하듯
서로의 가지[枝]에 기대어보아도
우리는 휴지 조각이며
기생충이었다.
누구나 소용이 없는 일이라지만
그는 알 수 없는 일을 근심한다.
빼앗긴 그릇[器]과
열리[開]는 사장 沙場에서
그의 말씀은 푸르렀다.
-「선인장」 전문
구용 시의 난해는 화엄경의 탑처럼 보이지 않는 무수한 방황과 갈등이 고뇌의 불 속에서 구워진 벽돌로 지은 건축 같은 것이다. 구용시를 진지하게 다시 읽는 독자가 늘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이글을 쓴다. 지금 한국의 시는 술술 잘 넘어가는 술 같은 시만 찬미를 받는 것 같다. 자연예찬의 낭만시나 바보 예찬의 천국적 단순시, 아니면 대중 앞에 초경初經을 치르는 듯한 낯간지러운 감각시만 찬미를 받는 것 같다. 뼈 속의 진액으로 쓴 시, 그 진액이 마르도록 쓴 시, 두보의 시처럼 짠 시, 쓴 시는 사면초가 외면을 당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 전쟁 같은 큰 비극을 겪은 나라, 30년의 군사 독재를 치른 나라의 시가 무정란처럼 아프지도 않게 생겨 나와 댕글댕글 때깔만 좋아서야 될까. 한국 시의 자존적 위상을 위해서도 깊은 고뇌의 이런 난해시는 깊이 연구, 재음미가 되어야한다.
-김구용 시집「풍미」 표사에서 (김동호. 성균관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
김동호 시인의 글이 김구용시의 난해에 대한 답이 될 것 같다.
이번, 제5회 김구용 문학제는 입추의 여지없이 정말 많은 분들이 오셔서 축하해주었고 참여의 열기가 뜨거웠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김구용 문학 정신을 지키려는 많은 이들의 올곧은 선택이 있었기에 상을 받는 사람도, 지켜보는 사람도 모두 흐뭇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현재, 기 수상자들은 김구용선생님의 정신을 기려 시단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이름을 알리고 있다. 김구용시문학상이 횟수를 거듭할수록 맑은 문학상으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많은 시인들이 받고 싶어 하는 문학상이 되었다. 이 상을 계기로 김구용 선생님을 재조명하고 그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상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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