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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이향지/배꽃능선 첩첩한 한 알 속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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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이향지
배꽃능선 첩첩한 한 알 속 외 1편
향기의 배경을 흐리자
꽃은 꽃이 아니라 꽃의 노동만 초점 속으로 들어온다
이것이 지금 나의 병이다
약도 없지
첩첩한 능선을 출렁이게 하는 빛 같고 우레 같은
향기
가지마다 겨드랑이마다 선혈이네
너무 붉어서 흩어지는 순간 하얗게 바래어
스민다
토마토 다섯 알
토마토 다섯 알을 땄다. 올 여름이 베푼 첫 열매다. 예쁘다. 토마토는 더디게 익는다. 느릿느릿 익어가는 열매가 못 말리게 예뻐서, 애가 달아서 땄다. 탱탱하고 싱싱한 토마토 다섯 알. 라스베가스에서 백 불을 땄을 때보다 기분이 좋다. 토마토 다섯 알로 무얼 하지. 부족을 깨우치기 전에 충만을 깨닫게 해 준 토마토 다섯 알. 갓난이처럼 씻겨서 채반에 앉혔다. 작은 채반에 담긴 토마토 다섯 알.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투덜거린다. 부족하고 부족한 나는 토마토 다섯 알의 눈치를 보게 된다. 토마토들은 나 보다 숫자가 많다. 부족하고 부족한 나는 토마토 다섯 알을 먹기 전에, 내 손안에 무기 없음을 먼저 펼쳐 보인다.
이향지 - 1989년 《월간문학》 으로 등단. 시집 괄호 속의 귀뚜라미, 구절리 바람소리, 물이 가는 길과 바람이 가는 길, 내 눈앞의 전선, 햇살 통조림. 산문집 산아, 산아, 연구서 북한 쪽 백두대간, 지도 위에서 걷는다 등. 2003년 현대시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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