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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권혁재/수양딸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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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2,330회 작성일 15-07-13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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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수양딸 외 1

 

 

사람이 버린 들고양이를

잘 키우는 여자가 있었다

 

상수도 저수탱크가 있는

낡은 화장실

그 언덕길 은행나무 아래

작은 생선 토막을 놓고

 

노을을 반쯤 깨문 여자가

긴 머리카락으로

저녁을 물들이며

바람에 날리고 서 있었다

 

새끼를 밴 어미 들고양이가

볼록한 배를 땅에 닿을 듯

여자가 내민 손을

혓바닥으로 핥으며 지나가고

 

여자를 흉내 낸 휘파람소리에

온몸의 털을 세워

낯선 발자국을 할퀴어 놓은

 

초경이 시작된 들고양이는

화장실 지붕에 뛰어올라가

초승달을 깨물었다

 

놀란 달이

은행나무 언덕길을 내려가는

여자의 발길에 걸려

계집아이 울음을 토해냈다.

 

 

 

 

산골散骨 2

 

 

아버지의 유분을

산등성이에다 모셔 놓고

형과 사골국을 먹는다

북풍은 이미 멎었는데

어느 바람을 타고 쫓아왔는지

뚝배기에 가라앉은 아버지

휘휘 저을 때마다

아버지 냄새가 난다

싱거운 듯 형이 눈물로

간을 살짝 친다

수저를 든 나의 손도

바르르 떨며 간을 보탠다

천 근 같은 시간 사이로

희뿌옇게 불어대는 골바람

울며 국을 한술 뜬다

간이 잘 맞는 아버지

아버지를 맛있게 먹는다.

 

 

권혁재 - 경기도 평택 출생. 2004<서울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투명인간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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