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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노혜봉/고인돌 내 사랑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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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혜봉
고인돌 내 사랑 외 1편
그는 내 가슴에 박힌 고인돌이다
난 그를 받쳐 주는 돌이다
무거워도 평생 어깨에 지고 버텨야만 한다
끙끙 이 악 물고, 저린 이 괴로움을
맨가슴 터지며 견뎌낼 깜냥의 돌, 고만,
제자리에서 푹! 고꾸라져 묻히는 새까만 돌
다리를 한 길 더 땅 속 깊이 묻어버리자
얼굴도 묻어버리자
어두운 눈 어두운 귀는 믿을 수 없다
백날 아니 삼백예순날 캄캄, 맘먹고 묻혀 지내자
어느 귀한 쇠스랑이 가슴을 내리쳐
어느 날 내 생각을 번쩍! 들어, 내리내리
글벼락 때려 퍼부을 때까지
황홀! 내리내리 마냥 몸서리 칠 때까지
동그마니
책장 안쪽 정면에는 상패가 보란 듯이 있었다
테두리 안, 가운데 위쪽으로는 꽃 한 송이,
상징인 문양이 있다
한 쪽 눈은 감고 세상을 살라는 듯
그 시인의 이름과, 날짜가 점점 헷갈려 보인다
그 전 생에서는 누구의 딸을 만나
사랑을 진진하게 나누었을까
둘이서 헛되이 얼굴을 돌리고
눈을 감고, 바라보는 마음 한 끗을 둔 채
미명未明 속에서 헤어졌을까
어두운 뒷거울로는
제 미련을 초라하게 보일 수 없다고
늘 한 발 앞서서 밖을 내다본 채 벌서고 있다
하릴없이 오늘밤도 말갛게 쓸쓸하게 서서
그 뒤, 생의
헛꿈, 아홉 밤, 마음자리
옆얼굴을 비치며 침묵의 내력을 곱씹고 있다
노혜봉 - 1990년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산화가』,『쇠귀, 저 깊은 골짝』,『봄빛절벽』. 성균 문학상,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 류주현 향토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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