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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백인덕/티눈과 나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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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1,763회 작성일 15-07-09 14:49

본문

백인덕

티눈과 나 외 1

 

 

너의 미덕은 나를 절름대게 하는 것.

몇 시간의 지친 술자리와 온갖

개수작을 동원한 교설(巧說) 없이,

그저, 너는 평범한 내 걸음걸이를

계속 절름대게 한다는 것.

그로 인해 직립자세를 불편하게 하고

시각을 삐딱하게 하고, 아무리

입을 오므려도 발음이 새게 한다는 것.

반나절을 서 있지 못하게 한다는 것.

그러므로 티눈이여,

네가 내 머리다.

발바닥에 뇌를 달고, 땅을 딛고 산다.

지표면에 속한 영혼은 추락을 모른다.

고귀한 이상에 유혹당하지 않는

내 속됨은 모두 너의 미덕.

배고픈 저녁이면,

왼발의 티눈 두 개 어루만지며,

뒤통수를 가만히 쓰다듬으며,

잘했다, 짓밟히는 것들만 목도(目睹) 했으니

기특하게, 무식하게

벼랑 끝에 좀 더 다가섰구나.

흙 묻은 모자를 벗고,

길게 몸을 뻗는다.

 

 

 

 

아득한 전언(傳言겨울

 

 

부엌까지 시린 안개가 스민 저녁마다

돌처럼 언 감자를 구우며

여린 목덜미를 감아쥐고, 속삭였다

--엄마는 곧 오실꺼야!

시뻘건 아궁이가 우리 앞에서 날름댔지만

흙집 천정에서 내려 선 흑거미를 잡아

노릇하게 구워, 네 입에 넣어주며

입 안 가득 침이 고이던

, 세상은 온통 눈발이었고,

부엌 밖은 주인집 아줌마 매서운 눈초리,

나는 가느란 모계의 서러운 짐승.

언 땅에 시를 쓰고 재빨리 뭉개버렸다.

세 밑 저녁, 교회 종이 울릴 때마다

고무신이 찢어져라 달려가 받아 든 과자 몇

조각, 그렇게 세상은 조각나 있었다.

동경 하늘에도 성긴 눈발 서성이는가?

그깟 퍼즐 다 맞췄다고 생각했을 때,

너는 이국의 잿빛 전망 앞에서 박사가 되었고

나는 이 조촐하고 쓸쓸한 땅의 시인이 되어버렸다.

누이야!

발목을 차올라 무릎을 휘젓고

시린 안개는 어깨를 마구 비튼다.

그러나

우리의 아궁이는 더 크고, 더 활활 타올라야 하는 것.

안산 작은 방에 뒹굴며 식어가는 우주를 껴안고

여기, 그냥 오빠가 살아있다.

살아있음으로 이 우주를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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