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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정서영/엄마의 외출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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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영
엄마의 외출 외 1편
1.
허리가 푹 굽은 작은 노인이 지나간다
주인을 잃은듯한 강아지 한 마리
아득히, 멀어지는 노인을 바라보고 있다
2.
내가 엄마의 화장化粧한 모습을
처음 본건, 당신께서 땀땀히 손수 지으신
삼베옷을 입고
안식실에 고요히 누워계신 그날이었습니다
안개꽃 속, 당신의 모습이
너무 곱고 고와서 낯설기까지 했었지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꽃 한 송이가
내 눈 앞에 오롯이 피어있었습니다
겨울 하늘이 너무 깊고 깊었습니다
내가 본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머지않아
산등성이에 당신의 발자국 붉게 피어나겠지요
편지
엄마!
이곳은 괜찮아요
창 문 너머 석류나무 잘 있어요
장롱도 장독대도 부엌도 잘 있어요
핑크빛 이불 위 엄마의 나비도 아직 거기 있고
베갯잇 위 목단꽃도 그대로 피어있어요
엄마가 부르던 노래를 들으며
펄럭이는 하늘을 가끔씩 올려다보지만
백 년 전 그때처럼 아무 일 없어요
엄마!
오늘은. 2월. 32일. 131℃.
엄마처럼.
봄비가 오고 있습니다.
정서영 - 2005년 《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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