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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장재원/세상의 모든 딸에게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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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2,139회 작성일 15-07-0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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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원

쇄빙선 외 1

-세상의 모든 딸에게

 

 

가슴에 백 만 송이 장미꽃을 피운 그리움의 무게가

드넓은 북극 빙해를 깨부수며 나갈 때

육중한 강철 뱃머리에도 무수한 얼음꽃들이 피어난다.

시도 때도 없이 눈앞을 가리는 폭풍설에

너의 하늘로 띄운 마음조차도 자꾸 길을 잃지만

너를 생각하는 내 마음밭엔 항시

꽃들 만발하고 꿀벌들 붕붕댄다.

언제나 마음보다 몸이 무거워 빨리 갈 수 없어도

멈추면 곧바로 얼음 속에 갇히는 극한의 세계여서

오늘도 나는 나의 내부를 활활 불태운다.

성에가시 뻗친 입김 토하며, 싹쓸바람 풍랑에도 굴하지 않고

오로지 전진 한다

파도가 바다이며 바다가 파도*인 길 없는 길을.

밤낮이 서로 엇갈리는 머나먼 너와의 거리가

때론 막막해도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다.

네가 가는 곳에 내가 앞서 가고,

네가 느끼는 것을 나도 같이 느끼고

나는 너를 위해 모든 걸 예비한다

절대영도 빙해 만 리를 갈아엎는 사랑의 화신이 되어.

 

*빌리기스 예거

 

 

 

 

( )안을 엿보다

 

 

아파트 거실을 울리며 브라운관에서 KBS열린음악회가 방영된다(마치 창문 밖에 내리는 첫눈처럼)

 

서막이 열리며 어둠 속 휘황찬란한 조명 아래 메인 카메라가 서른 돌 맞은 대학교 아름다운 캠퍼스를 두루두루 애무해 준다(그러나 간헐적으로 비바람 몰아쳤던 대운동장 뒷자리의 어수선함은 보이지 않는다)웅장하고 화려한 무대 위에 짧은 치마의 무희들이 등장한다(세찬 바람에 날려 퇴장한 마릴린몬로의 치마들은 없다)연이어 장미꽃 같은 아나운서가 새로운 가수를 소개할 때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진다(천막 설치와 미끄러운 바닥 청소로 토막 난 시간이 없어지고, 머리카락이 마구 날렸던 사회자는 끝내 단정하다)드디어 절정의 열기를 타고 등장한 아이돌 가수에 오빠부대 자지러진다(그쳤다 다시 쏟아지는 비에 젖어 술렁대는 관중에게 사정했던 초조한 피디의 얼굴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어느덧 피날레의 공감 세레머니로 일사불란하게 저어대는 야광봉들 끝에서 청사에 길이 남을 국민가수의 광휘가 별처럼 빛난다(똥개 훈련시키듯 거듭된 비설거지로 기진맥진했던 민초 스텝들은 그림자조차 없다)

 

드디어 미지의 어린 양들의 기쁨과 소망과 사랑을 위하여 신화처럼 아름다운, 완벽한 한 편의 감동 교양 프로그램이 완성되었다(오점 하나 보이지 않는)

    


장재원 - 2008리토피아로 등단. 시집왕버들나무, 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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