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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오대교/가난한 시인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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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2,222회 작성일 15-07-0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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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교

가난한 시인 외 1

 

 

오랜만에 인세가 왔다

몽땅 찾아 재래시장으로 간다

천 원짜리 잔치국수를 후루룩 먹고

커피 자판기에 동전을 넣는다

손자에게 줄 왕찐빵을 하나 사고

다섯 개 들이 라면 한 봉지도 산다

마지막으로 문방구에 들러

모나미 153 볼펜을 200원에 산다

내일 또 국수를 먹고 커피를 마실 만큼

돈이 남았다

한 손에 왕찐빵과 라면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볼펜을 또각대며 집으로 향한다

이 볼펜이 지구를 한 바퀴 돌면 또 인세가 올까?

볼펜 다리가 후들거린다

 

 

 

 

콩 고르는 날

 

 

메주콩을 밥상에 부어 놓고 온 가족이 둘러앉았다

돈살라먼 못난 것들을 잘 골라내야 한다

할머니께서 돋보기를 쓰시며 첫말을 던지셨다

, 요 녀석은 팔불출인데도 귄있네

아버지께서 찌그러진 것 하나를 들고 웃으셨다

아이고, 이 무녀리 짠하다 짠해

어머니께선 끝내 혀를 쯧쯧 차셨다

젤 잘난 것 하나만 고르면 안 되나?”

고모는 반질반질한 콩알 하나를 들고 중얼거렸다

이 녀석아 이건 나처럼 멀쩡하잖아

노총각 삼촌은 내가 골라낸 콩을 보며 핀잔을 놓았다

관둬라. 하루아침에 보이겠느냐?”

할아버지께서 넌지시 말씀하셨다

잘난 것 못난 것을 어떻게 한눈에 알아봐요?”

나는 화등잔같이 눈을 뜨며 할아버지께 물었다

눈대중이란다

그것을 어떻게 믿어요?”

어른이 되면 자연 알아보게 된단다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실 때 나는 아고똥했다

 

오대교 2009시와사람으로 등단. 시집 윽신윽신 뛰어나 보세, 새물내. 수상: 시와창작문학상, 전국계간지작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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