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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최은주/수상한 창가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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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2,330회 작성일 15-07-0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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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주

수상한 창가 외 1

 

 

누가 오고 있나 봐요, 불투명한 저 너머 수런거리다 아우성이다 이내 잠잠히 젖어드는 건 보폭의 느림과 빠르기의 연속성으로 알 수 있다나 봐요 또 한 번 세계가 오나 봐요, 까슬 거리던 손톱 밑으로 초록이 들고 발바닥은 대륙으로부터 이끌려온 황사바람으로 자주 간지러워요, 비비거리며 창가로 밀려가다 보면 낮게 엎드린 지난 계절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 올 지도 몰라요, 작별의 손을 내미니 건기에 촉을 세우고 있던 그가 모른 척 고개 돌리네요 스멀대며 제 등을 밀쳐 내려다본 곳엔 토도독 토도독 여린 물방울들 굳어진 흙을 덮고 있네요 그 사이 낯익은 계절 하나가 똬리를 튼 몸을 스르르 풀어내고 있네요 머지않은 그 어느 한날에 차진 햇살 한 무리 부스스 해진 계절의 몸을 말려 보내겠지요, 봄 봄 봄!

 

 

 

 

북어

 

 

오래전

낡은 내 어머니의 부엌 그늘아래

저와 똑 닮은 형상의 그를 만난 적이 있다

여리여리 하던 관산 댁이 쭈그리고 앉아

뭍의 것도 아닌,

완전히 바다 것도 아닌

비쩍 마른 그 몸피 위로

남도 방언들을 쏟아내며

탕탕탕 내리치는 연속 동작 속에서

나는 다른 이름으로 유영하고 있을

그 종족들의 꼬리 잡이로

멀미나는 갯벌바닥을 떠나는

먼 날의 일렁임을 생각했다

흔들릴 것 같지 않던 어머니의 팔이

스스르 맥을 놓을 때 쯤

보풀처럼 일어선 그의 살에서는

비린내가 가시고 뭍으로 나간 치어의 꿈은

국 사발에 둥둥 뜬 누런 살들을

밀쳐내는 것으로 슬픔을 종 하였다

그리 좋은 대물림도 아닌 것을,

배운 적 없는 어머니의 방언들을 되새김하며

명태였던 이름을 잊은 지 오래 인

그의 뼈와 살을 바르던 나는

명태양식 프로젝트뉴스 속

죽어나간 치어들 부푼 배를 떠올리며

잊고 있던 갯 멀미로 밤 내 뒤척였다

 

 

최은주 - 2010시와 경계로 등단. 다울문학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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