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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최은주/수상한 창가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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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주
수상한 창가 외 1편
누가 오고 있나 봐요, 불투명한 저 너머 수런거리다 아우성이다 이내 잠잠히 젖어드는 건 보폭의 느림과 빠르기의 연속성으로 알 수 있다나 봐요 또 한 번 세계가 오나 봐요, 까슬 거리던 손톱 밑으로 초록이 들고 발바닥은 대륙으로부터 이끌려온 황사바람으로 자주 간지러워요, 비비거리며 창가로 밀려가다 보면 낮게 엎드린 지난 계절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 올 지도 몰라요, 작별의 손을 내미니 건기에 촉을 세우고 있던 그가 모른 척 고개 돌리네요 스멀대며 제 등을 밀쳐 내려다본 곳엔 토도독 토도독 여린 물방울들 굳어진 흙을 덮고 있네요 그 사이 낯익은 계절 하나가 똬리를 튼 몸을 스르르 풀어내고 있네요 머지않은 그 어느 한날에 차진 햇살 한 무리 부스스 해진 계절의 몸을 말려 보내겠지요, 봄 봄 봄!
북어
오래전
낡은 내 어머니의 부엌 그늘아래
저와 똑 닮은 형상의 그를 만난 적이 있다
여리여리 하던 관산 댁이 쭈그리고 앉아
뭍의 것도 아닌,
완전히 바다 것도 아닌
비쩍 마른 그 몸피 위로
남도 방언들을 쏟아내며
탕탕탕 내리치는 연속 동작 속에서
나는 다른 이름으로 유영하고 있을
그 종족들의 꼬리 잡이로
멀미나는 갯벌바닥을 떠나는
먼 날의 일렁임을 생각했다
흔들릴 것 같지 않던 어머니의 팔이
스스르 맥을 놓을 때 쯤
보풀처럼 일어선 그의 살에서는
비린내가 가시고 뭍으로 나간 치어의 꿈은
국 사발에 둥둥 뜬 누런 살들을
밀쳐내는 것으로 슬픔을 종 하였다
그리 좋은 대물림도 아닌 것을,
배운 적 없는 어머니의 방언들을 되새김하며
명태였던 이름을 잊은 지 오래 인
그의 뼈와 살을 바르던 나는
‘명태양식 프로젝트’ 뉴스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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