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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최서연/몇 백 근의 그늘 속에서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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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2,199회 작성일 15-07-0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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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연

몇 백 근의 그늘 속에서 외 1



부도난 건물

늑골 시린 콘크리트 벽에

목울대와 발등이 맞닿은 식물 하나를 본다

흙살 없이

둥굴게 허공을 품고 기어가는 뿌리는

손끝 닿으면

금방이라도 손등을 기어오를 것 만 같은 자벌레같다

햇살과 바람이 흰 바람벽처럼 말라붙은

몇 백 근의 그늘 속에서

등뼈 한 번 곧추 세우려고

포복匍匐한 적막을 기어가는 생

날아갈 듯 가벼워지는 나는,

대문처럼 가슴이 벌어지는 경이로움에서

무심無心으로 빨려든다

피어도 핀 줄 모르는

부도난 건물

늑골시린 콘크리트 벽에서

 

 

 

 

이것이면 된다

 

 

명퇴를 한다고 하니

뭐하고 살거냐는 말이 맨 처음 들리더니

건강이 안 좋은가로 바뀌고

나중에는 빚이 많은가로 들렸다

 

그 즈음에,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한 삶이 아니냐며

옆구리 감싸는 딸의 말끝에

배추 고갱이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살아 온 걸 돌아보면

할 일이 없을 것 같기도 했으나

밑동이 발자국 같은 겨울들판을 거닐며 ⃰ ⃰

맨살의 시는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것이면 된다

 

남김없이 비워 낸 겨울들판에

무릎을 꿇어 절을 하고

나는,

걸친 옷을 버리기로 하였다

 

* 김남조의 눈의 행복에서 인용

** 허형만의 겨울들판을 거닐며에서 인용

 

 

최서연 - 2014년 리토피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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