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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단편/권영임/오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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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2,451회 작성일 15-07-0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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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단편

권영임

오빠는 없다

    

 

- 사무직 여성들에게만 접근한 남성이 적게는 수백만 원, 많게는 수천만 원을 갈취한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습니다.

후드 티를 입은 남자가 씨씨티비 화면에 흐릿하게 보였다. 연봉도 높고 경력 있는 여성들을 주 타깃으로 삼았다는 내용이었다. 정애는 얼마나 모자라면 사기를 당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남의 일 같지 않아 마음이 불편했다.

상도의 전화를 기다리며 그나마 마음을 다독였다.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정애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섞이지 못하고 있다. 점심 식사도 구내식당을 피해 회사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거나 김밥을 사서 옥상으로 올라가 혼자 해결했다. 이천 원짜리 김밥 한 줄을 먹고, 육천 원짜리 카라멜마키아토를 마시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사무실에 부는 수상한 바람은 신입 여사원들이 대거 들어온 뒤부터 시작되었다. 신입의 채용이 구조조정의 서막이 될 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옵빠!”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입사한 신입의 입에서 나온 호칭은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처럼 사뿐사뿐 직원들 사이로 내려앉았다. 은빛 비늘 반짝이며 파도 위를 튀어 오른 물고기처럼 천장으로 솟은 목소리가 사무실을 휘돌아 오빠로 불린 김 대리에게 당도하는 그 짧은 순간, 정애에겐 어마어마한 폭풍이 몰아치는 충격이었다.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헤벌쭉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 김 대리를 향해 쏘아 붙이고 싶은 한 마디를 꾹 눌러 참았다.

그래그래! 말해봐.”

얼마나 좋으면 그래그래를 연발하며 꼬리 살랑대는 강아지를 품에 안듯이 두 팔 벌려 환영할까. 젊으나 늙으나 오빠 소리 한마디면 뒷목 잡고 쓰러지게 좋아한다더니, 정애는 목전에서 그 실체를 적나라하게 확인했다.

에이포 용지 한 장 달랑 들고 김 대리 앞으로 쪼르르 달려간 신입은 김 대리 얼굴 가까이에서 상큼한 목소리로 다시 한 번 옵빠를 불렀다.

옵빠, 잘했나 봐주세요.”

한없이 여린 연약한 누이에게 온정을 베푸는 다정한 얼굴로 김 대리는 용지를 살펴보았다. 정애뿐만 아니라 부장, 과장, 사원들의 시선도 두 사람을 향해 있었다.

잘했네! 근데, 하린아.”

머뭇거림 없이 김 대리가 거침없이 부른 하린아! 이건 김 이사, 박 부장이 정애 나이 서른이 넘을 때까지 불러대던 정애야의 복사판이었다. ‘정애야에서 이정애 씨로 불리기까지 머리에 붉은 띠만 두르지 않았을 뿐 십여 년 넘게 투쟁해온 결과를 한 번에 뒤집어버린 쿠데타였다. 놀고 있네, 맘속으로 한없이 비웃으며 정애는 옥상으로 올라갔다.

승진은 못했어도 호봉은 꼬박꼬박 올라 웬만한 중소기업 또래 남자사원보다도 정애의 연봉이 높았다. 대학을 나오지 못한 열등의식 해소방안이든, 여가활용이든 인문학강좌에 등록하여 철학, 대중문화 등 교양을 쌓는 강의를 들으며 얼마 전부터는 와인 열풍에 와인학교에도 등록을 했다. 나름 골드미스 대열에 낄 수 있었던 것은 대기업 연봉과 기업이 주는 이미지가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덕분에 집안의 기둥이라는 맏딸의 막중한 책무도 다했다.

정애 앞에 예기치 않은 사건이 발생한 건 대통령께서 고졸사원도 대우받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하겠다는 한 말씀이 있고 난 후부터였다. 언론에서 선수를 치기 시작했다.

금융권에 다시 고졸사원 채용바람이 분다는 것을 언론은 심층 보도했다. 고졸인 정애가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인데도 그런 공약들이 가소롭기 그지없었다.

회사는 두고두고 그 카드를 버리지 않고 써먹었다. “고졸사원 4년 지나면 대졸사원과 균등대우.” 앞에서는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뒤로는 명예퇴직 수순을 밟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공문만 돌지 않았을 뿐 언제 또다시 목을 치는 칼날의 회오리가 몰아칠지 알 수 없었다. 아직 정식으로 공문이 내려온 것도 아니라고 가슴을 쓰다듬으며 마음을 정리해도 정애는 압박을 느꼈다. 두 사람이 모여 쑤군거리며 힐끔거려도 자신의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닌지 허둥거리며 자기 검열에 들어갔다. 좆같은 세상, 서른아홉 정애 입에서 순간적으로 욕이 튀어나왔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정애가 다니는 그룹에서도 고졸사원 채용 열풍이 불었다. 고졸들을 왕창 뽑아 가로수 심듯 각 부서에 하나씩 내려 보냈다.

넓은 사무실에 파티션으로 구분된 부서에 한 명씩 배치된 신입들은 메아리가 서로 화답하듯 여기서도 저기서도 오빠를 연발했다. 어느 때는 바람에 흔들리는 이파리들이 한꺼번에 부스스 떨어대듯 동시에 불러대기도 했다. 남자사원들은 하늘에서 막 강림한 선녀들을 보는 것처럼 신비로운 시선으로 신입여사원들을 바라보았다.

박 부장은 눈을 치뜨는 정애에게 부러우면 이정애 씨도 옵빠라고 한 번 불러보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

정애는 부서 여사원을 휴게실로 불러들였다.

하린아.”

, 언니.”

사무실에서는 남자사원들한테 오빠라고 부르면 곤란하다.”

불난 속을 억지로 가라앉히며 훈계를 하려다 보니 긴 말이 튀어나왔다.

그럼 뭐라고 불러요?”

내가 부르는 거 못 들었어?”

신입은 고개를 갸웃했다.

부장님이랑 과장님한테는 그렇게 부르던데 김 대리님 부르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요?”

못 들었으면 앞으로 대리님이라고 부르면 돼, 직책이 없으면 누구누구 씨라고 부르고."

근데요, 언니.”

"또 뭐?"

언니들한테는 언니라고 하는데 왜 오빠들한테는 오빠라고 하면 안 돼요?”

갑자기 할 말을 잃었다. 정애도 딱히 왜 그래야 하는지를 설명할 수 없었다. 오빠라는 호칭에 내포된 의미를 조리 있게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게 말이지. 아무튼 사무실에서 오빠라고 부르는 일은 앞으로 없어야 한다. 알았지?”

하늘같은 선배의 불호령에 사무실에서 오빠 소리는 줄어들었지만 회사 밖에서는 어김없이 오빠 호칭을 그대로 사용했다. 남자사원들이 원하는 일인지라 사라지지 않았다.

정애는 고졸 여사원으로 입사하여 아직까지 여사원이었다. 함께 입사한 여자 동기들은 거의 퇴사를 하고 정애만 남았다. 결혼해서까지 남자사원들 시중드는 게 지겹다며 결혼과 동시에 퇴사를 했고, 설령 남아 있다 하더라도 임신과 동시에 사직을 하고, 좀 더 길게 남은 여사원도 육아휴직까지는 사용하지 못했다. 미리 선수를 써서 그 자리에 대타를 채용해버리거나 돌아온다 해도 책상은 사라지고 없었다. 법보다 무서운 건 관행이었다. 그러다보니 정애와 함께 근무하는 여사원들의 연령이 정애와는 오륙 년 차이가 나고 신입들과는 십여 년 이상 차이가 났다. 딸까지는 아니어도 거의 이모 수준이었다. 실제로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정애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저기요. 언니라고 하기엔 연세가 많으셔서……이모라고 불러야 할지…….”

내가 네 이모야?”

?”

내가 네 이모냐고?”

아닌데요.”

근데 왜 날 이모로 불러?”

신입 앞에서 찬바람을 일으키며 자리로 돌아왔지만 업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화장실에도, 휴게실에도, 회사로비에도 아무 곳에도 갈 곳이 없을 때 무작정 가는 곳이 건물 옥상이었다. 입사하여 상사로부터 처음 야단을 맞고 올라와 실컷 울고 내려간 곳 역시 옥상이었다.

물탱크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 구석진 곳을 찾아 쭈그리고 앉았다. 정애에게도 한때 상큼발랄 모든 남자사원들의 로망이었던 적이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주르륵 눈물이 떨어졌다. 한 통의 낯선 전화가 걸려온 건 그때였다.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대출 가능하다는 스팸전화일 가능성이 높았지만 계속 울리는 전화를 받지 않을 수 없어 통화버튼을 눌렀다.

이정애 씨죠? 안녕하세요? ‘일과성공프로그램 작가입니다.”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를 해줄 듯한 남자의 목소리에 정애는 울컥 목이 멨다.

, 그런대요.”

일과성공 프로그램은 아시죠?”

알기는 압니다만. 제게 무슨 일로…….”

, . 이번 콘셉트는 직장에서 성공한 고졸 여사원을 대상으로 할 계획입니다. 사회적으로 고졸사원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우리 사회 학력의 허구성도 함께 짚어본다는 의미가 크지요. 몇 가지 확인을 좀 하려고 하는데 통화가능하신지요?”

. 가능합니다.”

간단한 일상을 확인한 다음 출연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각 그룹사 인사부에 요청하여 신상을 파악했다는 말과 함께 본인이 출연을 원치 않으면 면담한 사항은 비밀에 붙인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럼 먼저 하루 출근시간부터 퇴근시간 이후, 일상에 관해서 얘기를 좀 해주시겠습니까?”

정애는 여덟 시에 출근하여 여섯 시에 퇴근을 하고, 근속연수는 이십여 년이 되어 간다는 얘기를 먼저 했다. 직책은 무엇인지 연봉은 얼마나 되는지를 묻고 난 다음 취미생활과 회사 밖에서 하는 활동에 대해서도 질문을 했다.

일주일에 한 번 인문학 강좌를 듣고, 휴일엔 북한산 둘레길을 두세 시간 정도 오르고, 이번에 새로 시작한 와인학교에 등록을 해서 와인 공부를 한다는 얘기를 했다.

촬영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둘레길 가는 일행은 누구인지, 코스는 주로 어디인지를 물었다.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서 불광동 쪽에서 진관사를 거쳐 효자비로 돌아온다는 말에 위험하지 않느냐는 자상한 당부도 빠트리지 않았다.

정애는 교양강좌는 철학 위주로 들으며, 집 근처 영화관에서 예술성이나 작품성 있는 영화를 혼자 본다는 말까지 소상하게 알려 주었다.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와인에 관한 얘기를 하려고 하자 그 정도로 되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다시 연락을 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언제쯤 연락이 올 것인지를 물어봐야 한다는 것은 전화를 끊고 나서 생각이 났다. 사무실에 들어오니 김 대리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띠며 물었다.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좋은 일은 아니고, 일과 사랑 프로에서 전화 받았어. 출연할 수 있는지 가능성 타진한다는.”

설마요? 그 프로는 뭔가 성공한 여성들이…….”

김 대리가 말을 하다 말고 멈추었다. 정애는 어쨌거나 우쭐한 기분으로 가끔 보던 그 프로를 자신이 출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일요일 아침마다 꼬박꼬박 챙겨보게 되었다.

일주일, 열흘 보름이 지나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출연에 부적합하다는 결론이 났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일요일 오전 아홉 시가 되면 텔레비전을 켰다.

이 프로를 자주 보는 건 아니지만 채널을 고정시키는 이유는 왁자지껄 시끄럽게 떠들지 않은 탓이었다. 연예인들의 온갖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는 건 그렇다 치고 별로 웃기지도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는 것을 보고 있으면 꼭 바보가 된 것 같았다. 일과 성공이라는 프로를 보기 시작한 것도 진지하다는 게 한몫을 했다. 텔레비전 세상엔 온통 사랑뿐인데 노동이 있다는 것도 맘에 들었다.

정애와 동갑인 서른아홉 살 공무원의 하루 일과였다. 육아 문제로 그만 둘 위기를 몇 번이나 넘겼다는 것을 강조했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공무원은 국가에서 그만두라고 종용하지는 않을 거란 생각에 일치감치 공무원이 되지 못했는지 때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성공한 여자의 삶을 보던 정애는 초라하고 또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어딘가로 던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회사에서 성공이라는 날개를 꿈꿀 때는 성공한 사람들의 얘기가 자신의 일처럼 다가와 좋았는데 고졸바람이 불면서 명예 아닌 명예퇴직을 강요받는 상황이 되다 보니 초라해지는 처지에 더욱 우울해지고 말았다.

방송출연이라도 해서 지금의 난국을 헤쳐가고 싶었다. 하지만 알만한 대기업의 고졸 여사원들이 출연한 프로그램을 보면서 방송 출연은 포기했다.

등산화를 꺼내 신었다. 침대에 누워서 열린 창문으로 살짝 보인 하늘이 파랗다거나, 하늘 속으로 퐁당 떨어져 사라지고 싶다거나 그런 감상적인 마음으로 등산준비를 한 건 아니었다. 마음이 서늘해지며 파란 하늘에서 그냥 비가 죽죽 쏟아져 온몸이 다 젖어버렸으면 좋을 것 같은 심정이었다. 방 안에 가만히 누워 휴식을 취할 수 없을 만큼 답답했다.

배낭에 오이 하나, 생수 한 병을 넣어 6호선 독바위역에서 내렸다. 삼삼오오 배낭을 메고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정애는 그들의 뒤를 따라 걷다가 진관사 둘레길인 왼쪽으로 들어섰다. 오르락내리락 굴곡이 있어 산책이라고 하기엔 힘이 들고, 등산이라고 하기엔 평평한 길이었다. 진관사까지 가지 않더라도 한 시간 반은 족히 걸리는 코스라서 다녀오면 적당히 피곤한 몸이 되었다. 운동을 했다는 만족감이 드는 코스여서 시간 날 때마다 정애가 찾는 곳이기도 했다. 한 주 간격으로 이파리 색이 변하는 풍경들이 좋았다. 일주일의 피로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날은 산을 내려와서도 답답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주점으로 들어가 부추전과 막걸리 한 병을 주문했다. 정애가 앉아 있는 앞쪽으로 등산객들이 잔을 비우고 있었다. 젓가락으로 막 부추전을 입으로 가져가려다 말고 주점으로 들어서는 남자를 향해 정애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인사를 하고 나서 고개를 갸우뚱 했다. 인사를 하긴 했는데 어디서 어떻게 아는 남자인지 머리가 아플 만큼 생각을 해보아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아, 인문학 강좌! 일주일에 한 번씩 듣는 철학 강좌에서 본 남자였다. 그렇다고 뒤늦게 인사를 따로 할 생각은 없었다. 남자도 혼자 왔는지 막걸리와 파전을 시켰다.

정애는 막걸리를 가득 부어 벌컥벌컥 들이켰다. 말을 걸어올 듯도 했지만 남자는 혼자 앉아 막걸리 잔을 비우고 있었다. 왁자한 남녀가 자리를 뜨고 정애와 그 남자 둘이 남았다. 정애는 흘금흘금 탐색을 시도했다. 머리가 벗겨지지도 않았고, 바른 자세로 앉아 막걸리 잔을 드는 모습이 함께 잔을 부딪치고 싶을 만큼 정갈해보였다. 정애는 술잔도 저렇게 들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가 잔을 내려놓으며 혀로 입술을 훔쳤다. 순간, 정애는 그의 혀가 자신의 입술에 닿은 듯 야릇한 흥분이 밀려왔다. 더 이상 앉아 있으면 먼저 다가갈 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섰다.

 

신입사원들의 오빠 호칭이후, 잠시 들뜬 분위기가 연출되었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자 시들해졌다. 시들해 질 수 밖에 없는 사건이 계속 터져 나왔다. 신입들의 인원만큼 명예로운 퇴직을 위한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었다. 정애는 이럴 때 멋지게 사직서 확 던지고 나갈 일이 생긴다면, 다른 기업체에서 스카우트 제의라도 올 만한 그럴듯한 신분 내지는 배경이 있다면, 수없이 많은 있다면의 가정을 만들어 가당치도 않은 희망사항들을 머릿속으로 나열해보았다. 부양가족에 대한 생활비 지급에서 잠시 놓여난 것뿐이지 정애는 스스로의 생계는 책임을 져야 했다.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남동생이 정애 생활비까지 대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정애는 식용 원숭이가 된 기분이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처음 외국여행을 간 중국에서 가이드가 엽기 요리를 소개할 때 들려준 이야기였다. 산 채로 원숭이 골을 먹는 사람들 얘기였다. 뻥 뚫린 둥근 탁자 밑에 원숭이를 앉혀놓고 뇌를 파먹는다는 것이었다. 골이 먹히는 동안 공포에 떠는 원숭이에게 탬버린을 주는데 탬버린 소리가 멈추면 사람들이 먹는 것을 그친다고 한다. 탬버린 소리가 멈추었다는 것은 숨이 멎었다는 의미라고 했다. 정애는 산채로 골을 먹는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보다 그다음 얘기를 들었을 때 머리 통점에 더 큰 고통을 느꼈다. 사람들이 원숭이를 고르려고 우리로 다가가면 그들 스스로 그중 한 마리를 골라 앞으로 밀어내며 나머지는 뒤로 물러난다는 것이었다.

갑자기 그 생각이 나는지, 아니 정애는 자신의 꼴이 딱 선택된 원숭이가 된 기분이었다. 정애를 선택한 사원들은 벼랑 끝으로 정애를 밀어내고 있었다. 박 부장의 면담은 노골적이었다. 정애가 하던 일을 김 대리에게 넘기라고 했다. 입사하여 지금까지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회계부에서 진행된 일련의 주요 업무는 정애 담당이었다.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을 허허로운 마음이 들 때면 늘 오르던 건물 옥상이 이렇게 높은 줄은 미처 몰랐다. 위에서 내려다본 사람들이 엄지손톱으로 꾹 누르면 눌릴 것처럼 작아보였다. 정애는 건물 밑으로 다니는 넥타이 멘 남자를 손톱으로 꾹꾹 눌러 죽였다. 김 이사, 박 과장, 아니 후배인 김 대리라도 되는 듯 짓이겼다. 김 대리에게 업무를 넘기라는 말을 듣고 올라와 손톱 밑에 김 부장을 눌러 죽여도 시원해지지 않았다. 어쩐 일인지 난간에 올라서서 두 팔을 활짝 펴고 날아보고 싶은 생각이 자꾸 들었다. 날지 못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아직은 대기발령이나 해고통지서는 날아오지 않았다. 그래, 닥칠 때 닥치더라도 우선은 사는 거야.

 

일주일에 한 번 가는 인문학 강의실을 향하면서 정애는 산에서 만난 남자 생각이 문득 났다. 퇴근 후에 술이나 마시고, 회식 끝나면 비틀거리며 노래방이나 가고, 양복 입고 폼을 잡아도 상사 앞에서 손이나 비비는 지질한 모습의 동료들도 함께 떠올랐다. 헐렁한 남방에 배낭을 메고 산을 오르는 남자, 자기 개발을 위해 인문학 강의를 듣는 남자……정애는 강의실에 들어서며 남자를 보자 얼굴에 미소까지 띠우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강의가 끝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책을 챙겨 강의실을 빠져나오던 정애였다. 한 강좌의 시작은 보통 8주 정도로 진행이 되었다. 정애는 어떤 강좌를 듣던 회원들과 따로 시간을 만들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은 강의가 끝나고 로비에서 커피 한 잔을 뽑아 소파에 앉았다. 슬금슬금 강의실 주변을 살폈다. 원래 인원도 열 명 정도인 데다가 한둘은 늘 결석자가 있어 수업을 듣는 사람은 칠팔 명이 보통이었다. 지난주엔 정애를 뺀 나머지 수강생들이 강사와 함께 뒤풀이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뒤풀이를 한 탓인지 회원들은 서로서로 친해 보였다. 한쪽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정애는 갈비뼈 사이로 바람이 스며드는 것 같은 뻐근한 한기를 느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풍경, 그건 정애가 근무하는 사무실 풍경이었다. 요즘 들어 남자직원들이 모여서 회의를 할 때에도 정애는 늘 한쪽에 비켜나 있었고, 그들끼리 모여 왁자하게 떠들고 웃을 때에도 정애는 떠들거나 웃지 않았고, 낙엽만 굴러가도 웃는다는 신입들의 웃음소리까지 사무실에 넘쳐흘러도 정애는 혼자였다. 그 자리에 자신이 끼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아서 한두 번 비껴나 있다 보니 늘 그래왔던 사람처럼 어색하기 짝이 없는 사정이 되고 말았다. 사무실에선 누구 하나 정애에게 말을 걸거나 손을 내밀지 않았다. 남자가 정애에게 먼저 다가왔다.

, 뒤풀이 갈 건데, 함께 가시죠?”

정애는 간절히 기다리던 말이었지만 다른 대답이 튀어나왔다.

아뇨. 제가 좀 바빠서요.”

그 말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지막 남은 커피 한 모금과 삼킨 건 갈비뼈 사이를 훑고 지나는 바람 한 줄기였다. 전철역을 향해 걸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걷는 정애 뒤에 서 클랙슨 소리가 울렸다. 창문을 내린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전철역 가시죠? 타세요.”

정애는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거절했다.

다 왔는 걸요.”

, 네 그럼 다음 주에 봅시다.”

아쉬웠다. 그 남자도 뒤풀이에 가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냥 타고 갈 걸. 회사에서 쫓겨날 위기에 있는 여사원을 구제해 줄 실장님이 나타나는 드라마를 보다가 문득 자신을 구해줄 실장님도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기대가 솟아나면서 사라진 자동차를 붙잡고 싶어졌다.

주말인데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엄마를 찾아갈까, 생각하다 그만두었다. 재산이라곤 그것도 재개발이 되니 마니 끊임없이 번복이 되고 있는 단독주택 한 채였다. 그 재산을 미끼로 정애는 남동생 내외에게 어머니를 떠맡겼다. 아니 지금껏 가족들의 생계를 진 어깨를 스스로 좀 편히 쉬게 해주고 싶었다.

엄마에게 가는 대신 영화관을 찾았다. 베토벤의 현악 4중주를 주제로 한 영화였다. 대중성에서 밀린 영화였지만 일부 마니아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영화였다. 정애는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을 앉아 있다 밖으로 나왔다.

저기요.”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정애에게 말을 걸어 온 사람은 그 남자였다.

어머? 혼자 오셨나 봐요.”

질문을 해놓고 정애는 쑥스러워 입을 다물었다. 커피나 한 잔 하자는 남자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따라 나섰다.

그러고 보니 우리 인연이 깊은데 통성명도 안 했군요. 제 이름은 박상도입니다.”

전 이정애에요.”

영화, 인문학, 와인 등 해박한 지식에 정애는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커피 한 잔을 놓고 이렇게 많은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그와 얘기를 하다 헤어졌다. 다음 강좌에서 보자는 말을 남기고.

일요일 아침, 습관처럼 일과 성공 프로를 보다가 등산화를 신고 둘레길 입구로 들어섰다. 저만치 앞에 가는 남자가 그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순간 정애는 눈을 의심했다. 구불구불 오르막길을 올라 평평한 바위에 앉아 오이 하나를 막 입에 물을 때였다. 혼자서 앞서 가는 남자가 돌아보았다. 그 남자였다.

!”

남자의 감탄사에 반가움이 묻어났다. 정애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러면서 정애가 앉아 있는 쪽으로 되돌아서 왔다.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으며 정애는 막 입에 물려고 했던 오이를 두 동강 내 그 남자에게 내밀었다. 남자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오이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또 만났군요. 이거 보통 인연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정애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오늘은 좀 더 멀리 가볼까요?”

남자의 제안에 정애도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둘레길과 달리 생각보다 산은 험준했다. 가파른 곳에서 남자가 내미는 손을 스스럼없이 잡았다. 손만 잡았을 뿐인데도 그가 살갑게 느껴졌다.

두 시간여를 돌아 북한산 입구에 내려왔을 때는 해가 막 떨어져 주변이 금세 어둑어둑해졌다. 파전을 시켜 먹던 조그만 주점으로 내려와 막걸리 잔을 앞에 두고 마주 앉았다. 정애는 그동안 말 못하다 죽은 귀신이라도 붙은 것처럼 남자가 묻는 말에 꼬박꼬박 대답을 하고, 거기에 덧붙여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 내가 왜 결혼도 못했다는 말까지 하는 거죠? 바보 같아요.”

저도 결혼 못했어요. 바보 아니에요.”

남자가 쑥스럽게 웃었다. 정애는 그에게 궁금한 게 많아졌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직장은 어디세요?”

여의도입니다. 무역회사예요.”

어머? 저도 여의도에 사무실이 있는데…….”

정애는 자연스럽게 그 남자와 다음 일요일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혼자서 산을 내려오지 않아도 좋고, 마주 앉아 막걸리를 마시는 것도 좋았다. 속력에 가속도가 붙은 것처럼 정애는 급격하게 남자에게 기울었지만 제어가 되지 않았다.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얘기할 수 있는 사람, 그렇게 얘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을 정애는 만나지 못했다.

산을 내려와 남자와 함께 술을 마시는 시간을 정애는 기다렸다. 남자가 주는 대로 술을 마시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취해버린 날이었다.

이거 아세요? 요즘 우리 사무실이 얼마나 웃기는지? 진짜 웃기는 것들.”

뭐가 그리 웃겨요?”

아니 사무실에서 남자직원들한테 오빠라고 불러요. 옵빠, 옵빠, 옵빠……. 오빠라고 하는 것들이나 그 소리 듣고 좋아 죽겠다고 하는 것들이나 다들 미쳤어요? 미쳤어!”

나도 오빠라고 불러주면 좋을 것 같은데요?”

정애는 순간 그 오빠라는 말에 마술이라도 걸린 듯 그가 정말 어깨를 기대어도 좋을 오빠로 느껴졌다.

사무실이 아니니까 오빠라고 불러도 되겠네요. 오빠, 오빠.”

정애는 술에 취해 점점 눈이 풀어지며 오빠를 불러댔다.

정애 씨! 집이 어디예요?”

우리 집, 여기서 가까워요.”

일어나요. 바래다줄게.”

남자의 한쪽 어깨에 기대어 정애는 집으로 돌아왔다. 갈증이 들어 눈을 떴다.

흐트러진 모습이 눈에 맨 먼저 들어왔다. 그는 가고 없었다. 기억나지 않았던 것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의 입술, 가슴을 쓸어내리던 손길……이런 모습으로 그와 밤을 보내고 싶지는 않았는데 수치스러웠다.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이불을 뒤집어썼다.

잠이 들지 않아 뜬눈으로 출근시간을 맞았다. 문자 수신음에 허겁지겁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정애 씨, 잘 잤나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침을 맞았어요. 오빠가.”

상도의 오빠가라는 말에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데이트 장소는 자연스럽게 혼자 사는 정애의 원룸이 되었다. 퇴근 후 마트에 들려 장보기를 했다. 상도가 사오는 꽃을 꽃병에 꽂는 것도, 상도가 사오는 과일을 깎아 예쁜 접시에 담아 함께 먹는 것도 그에게 가끔 오빠라고 부르는 호칭에도 정애는 모든 게 새로웠다. 후식으로 먹는 달콤한 아이스크림 같은 프러포즈를 고대하고 있었다. 드라마에 나오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인 실장님까지는 아니어도 목을 조여 오는 이 슬픈 현실에서 등 넓은 오빠가 되어 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김 대리에게 일을 넘기고 난 이후 정애는 특별히 할 일이 없었다. 다만 스스로 명예로운 퇴직을 할 생각이 없다는 것만은 분명하게 밝혔다. 할 일 없이 책상을 지키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어 옥상에 올라 하늘을 보거나, 건물 아래 다니는 남자들을 바라보았다. 상도를 만난 이후 옥상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 보며 억압하는 이사, 부장 등을 손톱 밑에 눌러 죽이는 놀이도 하지 않게 되었다.

일요일, 늦은 아침을 먹으러 온 상도와 마주 앉았다. 그날따라 상도는 침울해보였다.

무슨 일 있어요?”

그렇게 보여? 아냐.”

상도가 욕실에 들어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보름 후에 갚을 수 있다면서 돈을 융통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작은 목소리였지만 정애에게 들리고도 남을 목소리였다. 정애가 먼저 물었다.

얼마나 필요한대요?”

, 진짜 이런 말 하기는 미안한데, 우선 삼천만 원 정도만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정애는 통장잔액을 확인해보았다. 머뭇거리다 대답을 했다.

그 정도는 될 것 같아요.”

보름 정도면 가능할 거야. 중국 다녀와서 연락할게. 덕분에 큰 건 하나 해결 하겠다.”

만기가 몇 달 남지 않은 적금을 해약하여 그의 통장으로 입금했다. 그에게 큰 건이라면 정애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 아닌가.

걱정 말고 다녀오세요.”

이 일만 해결되고 나면 좋아 질 거야. 다녀와서 얘기하자.”

그가 돌아오겠다는 보름이 며칠 남지 않았다. 그가 없는 서울이 텅 빈 것 같았다.

간간히 연락을 주고받는 친구에게 오랜만에 문자가 왔다.

정애야, 뉴스 보다가 갑자기 네 생각이 났어. 어떤 나쁜 놈이 연봉 많은 대기업 노처녀들한테 접근하여 사기를 쳤다는구나! 너도 조심해라.”

고맙다는 답장을 보낸 정애는 뉴스 검색 창을 띄웠다. 친구 얘기는 사실이었다.

대기업 여사원들에게 접근한 뒤, 결혼을 미끼로 사기를 친 이 남성의 수법은 다양하였습니다. 나이 많은 여사원들에게 방송출연을 미끼로 접근하였습니다.”

얼마 전 정애가 본 뉴스에서도 연봉 높고, 경력이 많은 여사원들을 노린다고 했다. 피해 여성이 많을 것이라고도 했다. 종류도 다양하구나, 그러면서 정애는 사기를 당할 정도의 레벨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축에도 끼지 못하는 자신이 더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그런데 방송출연 미끼라는 말이 목에 걸렸다.

중국의 일이 마무리되지 않아 잠시 다니러 왔다는 상도를 만나 정애는 생각난 듯이 물었다.

오빠! 혹시 그 얘기 들었어요?”

무슨 얘기?”

대기업 여사원들을 상대로 사기 친다는 남자 얘기 말에요.”

글쎄, 금시초문인데.”

나야 뭐 사기 당할 대기업 축에도 끼지 못하지만…….”

한 천만 원만 더 융통할 수 없는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얘기 꺼내지 말아야겠네.”

정애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 맞다 그러고 보니 나도 두 달 전에 방송출연 전화를 받았는데, 연락 없는 거 보니까 무산 되었나 봐요. 그때 그 남자도 오빠처럼 목소리가 참 좋았는데.”

비교할 데가 없어서 거기에 나를 비교하는 거야?”

벌컥 화를 내면서 나가버렸다. 담배 한 개비 피우고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정애는 상도와의 우연한 만남이 자꾸만 떠올랐다.

극장에 혼자 영화를 보러갔을 때도 상도를 만났다.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함께 얘기를 나눈다는 것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어째서 이제야 이런 남자를 만났는지 아쉽기도 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하고 많은 북한산을 오르는 코스에서도, 하필 그 시간에 상도는 정애 눈앞에 나타났다. 인문학 강좌까지 우연은 아닐 것이라고 위안을 삼았다.

뜬눈으로 꼬박 눈을 뜬 정애는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출근을 했다. 김 대리가 정애 앞으로 쪼르르 달려왔다.

어제 뉴스 보셨어요?"

무슨 뉴스?"

세상에, 대기업에 근무하는 여사원들만 골라 사기를 쳤다잖아요."

우리 회사가 그 축에 낀다고 생각하니?"

그게 아니라, 정애 씨도 그 전화 받았다고 하지 않았어요?"

언제?”

지난번 그랬잖아요?”

그 전화가 그 남자라는 증거 있어?”

아니면 된 거지 왜 화를 내고 그래요? 캐릭터 독특하시네."

이제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갈 것이다. 계단을 천천히 딛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이른 봄이라고는 하지만 꽃샘바람이 매서웠다. 난간에 올라서서 건물 아래를 바라보았다. 그 남자가 먼저 돈을 달라고 하지 않았다. 스스로 주었다. 그와 함께 있는 동안 행복했다. 상도를 의심해서 한 말은 아니었다. 정애는 자신의 말이 무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선 한 달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다. 휴대전화는 신호만 갈뿐 받지 않았다. 그가 알려준 사무실도 신호만 갔다.

모르는 척 속아줄 걸, 놀아줄 걸……. 정애는 다시 홀로 남겨진 사실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서글펐다. 그 남자가 상도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는데 사실 상도는 정말 뜻이 잘 맞는 괜찮은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

 

권영임 - 2009한국평화문학신인상 수상. 에세이미스 김, 시집이나 가지!?. 장편소설 파가니니의 푸른 일기, 창작집 키스하러 가자.2013년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 문학 지원 사업에 선정. 장안대학에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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