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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산문/양정수/차마고도(호도협)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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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수
차마고도(호도협)를 가다.
중국 운남성은 춘성(春城)이라고도 한다. 그곳은 사시사철 꽃이 피는 봄날이다는 뜻이다. 위치상으로 아열대 지방 이면서 여름에도 무덥지 않는 해발 1890미터 고원지대이기 때문이다.
중국 전체 소수민족의 1/3이 운남성에 있으며 아열대부터 티베트의 눈 덮인 설산까지 다양한 기후와 풍경을 맛볼 수 있다. 일년내내 온화한 기후로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내가 여행한 시기는 3월3일부터 3월16일(14일)까지 우리나라는 아직 추운날씨였다.
운남성의 수도인 쿤밍은 내가 도착하였을 때 벚꽃과 홍매화가 만발하여 있었다.
도심안에 위치한 취호공원에서는 여려소수민족들이 노래와 춤을 추고 있었다. 화사한 꽃들과 어울려 춤추는 모습들이 여유롭고 인간세상을 떠나온 별천지를 온 것 같았다.
이번여행은 나를 뒤돌아보는 목적을 가지고 혼자 떠나온 여행이었다. 행복이란 무었인가? 나는 과연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당신들은 행복한 삶을 살고 있습니까?
그리고 지금까지 편안하고 안일하게 살아온 것은 아닌지. 느껴보고 몸도 마음도 힘든 것들을 느껴보고자 여행을 계획했다.
예수님이 고난을 받으며 세상을 구원하고자 한 이유를 나도 작게나마 체험 하고자 했다.
여행은 자유베낭여행으로 열명이 출발했다. 우연히도 모두가 혼자였다.
남녀 비율도 같았다.
첫날 만나는 소수민족들에게서 화려함과 흥겨움을 느꼈다. 여성들이 입는 의상들이 매우 화려하고 엑서사리도 현란했다.
아마도 소수민족이라 종족을 보존하기위한 생태적으로 꾸며진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남자를 꼬여서 자식을 생산하고픈, 그래서 자신들의 종족을 번성하려는 목적이 무의식적으로 의상이나 음악 춤으로 표출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다음 여행지는 따리(大理)이다. 야간열차를 타고 열차에서 잠을자며 이동하는 것이다. 대합실에서 우리가 어릴 때 중국사람들을 때국놈이라 했던 것을 확 느꼈다. 어마어마하게 큰 대합실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인간들 역시 때국놈들이구나 느낀다.
열차에서 잠을 자기 위해서는 독한 술을 마시고 아무도 모르게 푹자는게 최고야 하며 마신 고량주가 과했다. 나만 빼고 6인실 침대칸 모두가 온밤을 지세워야 했단다. 나의 코골이 때문에, 얼마나 심했으면 나의 룸메이트가 한시간 동안 잔소리를 했다. 수술을 하고 오던지, 술을 먹지 말던지, 그 다음부터 나의 침묵을 길어졌다.
따리에서 고성도 구경하고 숭성사삼탑, 창산등을 구경했다. 크기는 엄청 크지만 소소한 멋이 없다. 귀를 닮았다 해서 얼아이호라는데 해발 2,100미터 고지에 어마어마하게 큰 호수가 있다. 그 호수주변에 3,000년된 도시가 따리이다. 배를 타고 구경하는데 배안에서 민속공연을 한다.
공연의 내용은 말을 알아듣지 못해도 알겠다. 왜냐면 남녀 사랑 이야기이다. 달밤에 남녀가 만나고 또 다른 남자가 시기하고 머 그런 내용인 것 같다. 민속의상이 화려하다. 붉은색 계통이 많다. 여인이 이쁘다.
따리에서 이장(儷江)으로 이동했다. 이장은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시가지 전체가 전통을 느낄 수 있는 편안하고 아름다운 도시이다. 그리고 시내 어디에서든 옥룡설산을 볼수 있다.
호텔 창으로 보는 설산은 새로운 세상에 왔다는 인식을 가질수 있게 했다.
이곳에서 차마고도 트래킹 시작이다.
차마고도는 비단길보다 2,000년 앞선 세계역사상 가장 오래된 무역로이다. 중국 운남성. 사천성에서 시작되어 티베트, 인도, 파키스탄등지를 거쳐 비단길과 이어진다.
마방이라 불리는 상인들이 말과 야크를 이용해 중국의 차와 티베트의 말을 서로 사고 팔기위해 지나다닌 길이다.
우리가 트래킹하는 구간은 호도협으로 5,400미터의 협파설산과 5,600미터의 옥룡설산 사이 길을 1박2일 동안 가면서 객잔에들러 식사도 하고 그 지역 사람들의 생활상도 보는 코스이다.
첫날 6시간정도의 트래킹을 말을 타고 가든지 도보로 가든지 결정해야 했다. 다들 말을 타고 가는데 안내하는 사람이 걸어서 간다고 해서 일행중 나포함 3명이 걷기로 했다. 그런데 나이드신 여성분이 굳이 걷겠다고 나셨다. 이것이 사건의 발단이 되었다.
해발 2,600미터 이상 되는 산길을 오르락 내리락 6시간을 걷는게 나처럼 산을 자주 다니던 사람에게도 너무 힘들었다. 힘든 것은 산이 험해서 보다는 고산증이 몸을 힘들게 했다. 말들도 몇 발짝 걷고 쉬면서 힘드니까 똥을 싸고 오즘을 싸고 하는 길이었다.
숨이 턱에 찬다는 것을 실감했다. 길이 비탈지고 좁아서 어느구간은 잘못 디디면 천길 절벽으로 추락할 수도 있었다.
예수님이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다 건덕을 오르는 모습을 상상하며 묵주를 꺼내서 묵주기도를 바쳤다. 처음 여행 시작할 때의 마음은 신앙이 무었인지? 참 행복이 무었인지? 나보다 나를 아는 모든이를 위해서 기도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찔한 길을 걸으면서 머리가 아프고 정신이 혼미하고 숨이 차는데 아무런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저 내 몸 아무사고 없이 건강하게 여행을 마쳤으면 했다. 되려 죽음이 무었인가? 내가 지금 죽는다면 세상사람들은 가족들은 나를 어찌 생각 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장엄한 산 신비롭기만 한 커다란 자연의 병풍이 나를 감싸고 있다. 아무런 생각이 없다. 왜 이곳을 신들의 땅이라 했는지 알 것 같다. 사람이 머물기를 허락하지 않는 장엄한 신들의 영역이었다. 그랬다. 나약한 인간의 존재를 스스로 느끼게하는 가슴벅찬 자연의 힘이 이곳에 머물러 있었다.
시를 한줄 쓰고자 했던 마음도 다 사라졌다. 무념무상 생각도 몸도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는 무상함이었다.
그래도 시를 한줄 써보자
“ 말 발굽에서 진하디 진한 녹차의 물이 흘러 나온다”
그렇다 말 못하는 말들은 인간들의 욕심 때문에 감당하기 힘든 짐을 지고 커다란 산을 올랐으리라, 그러나 사람들은 정상에 오르면 장엄한 설산을 바라보며 신앞에 가까이 왔음을 즐겨했으리라.
이번 여행을 같이한 일행들은 대부분 정년퇴임한 분들이었다. 내가 제일 나이가 어렸으니 다들 환갑 진갑이 지난분들 이었다. 그런분들이 어려운 여행을 결정한 것은 잘 모르고 왔거나 여행의 참 맛을 잘 알거나 였을 것이다.
같이 차마고도를 걸어온 여인은 너무 힘들었는지 안내하는 분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한국의 중년여성 특유 기지를 마음껏 발휘하는 것 같았다. 이것을 본 같은 또래의 여성분이 가만히 있지 않았고 그것이 커다란 자존심의 상처로 발전되었다.
“ 이 미음 치읓 니은 아”
내가 누군데 감히 그런말을 해 아! 억울해 40년도 넘게 사회에서 대접받고 살아온 나에게 그런 심한 욕을 해, 엉엉! 시골사람들 구경 나온다. 한국 아줌마의 힘을 보여준다. 모두들 웃는다. 아 창피.
산 아래로 내려오니 정신이 조금 든다.
행복이란 무었일까 생각해 본다.
“행복이란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여행이란 여행중 힘들때는 다시는 안갈거라고 다짐 하다가 집에 도착하면 다음에 어딜갈까? 하는 것이 여행인 것 같다.
그대는 삶을 사랑하는가. 그렇다면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 시간은 삶을 만드는 자료니까.-벤자민 프랭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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