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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강미정/돌덩이로 눌러 놓은 것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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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2,030회 작성일 15-07-0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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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정

돌덩이로 눌러 놓은 것 외 1

 

 

창에 붙어 서서 밖을 보는 사람을

오랫동안 바라보는 것,

 

바람에 펄럭이지 못하게

돌덩이로 꾹꾹 눌러놓았던 것을 다시

눌러놓는 손바닥의 감촉은 둥글다

 

조심스레

매일 조금씩 밀려나는 돌덩이,

매일 조금씩 밀려나는 돌덩이 곁으로

다가가는 발걸음의 느린 속도

 

창밖의 어둠과

밖을 보는 사람의 어둠과

밖을 보는 사람을 오랫동안 바라보는 어둠이

견디는 가느다란 숨소리

 

밖은 보이지 않고

돌덩이로 눌러놓는 것들이 몇 개 더 늘어난다

퍽퍽 가슴을 치며 자꾸 사나워지는,

 

순하게 길들일 시간도 없이

갈고리를 든 바라이 창에 달겨든다

 

 

 

 

홍진,

 

 

홍진을 앓던 아이가 탈진하여 맥없이 누웠을 때

 

다 잡혀먹고 마지막 남은 반지

배냇저고리에 무명실로 달아놓은 걸 찾느라 미친 번갯불처럼 울며 온 서랍을 다 뒤져

 

병원으로 뛰어갔던 시절이 짝짝이 신발을 끌고 갔던 시절이 그 신발 한 짝마저 잃어버린 시절이 홍진의 세상 같은데

 

찾지도 못하고 아주 잃어버린 것들을 주렁주렁 달고 여기 태백 스키장 왔는데, 전당포가 많다

누가 또 홍진을 앓는 아이를 둔 어미처럼 목숨값을 치르고 소금처럼 짜게 살고 있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라고

 

쯪쯪, 안쓰러워 혀를 차며 내가 맡기고 찾지 못한 것들을 손가락 꼽아 보는데

 

몇 만원의 돈으로 목숨 파는 것을 멈추지 못하는 이곳이 홍진이라고 한다

 

나를 맡기고 야곰야곰 나를 타먹는 이곳이, 자신을 온전히 다 맡기지 않고서는 건널 수가 없는 이곳이 홍진이라고 한다

 

 

강미정 - 경남 김해 출생. 1994년 월간시문학 어머님의 품4편으로 우수작품상 등단. <빈터>동인, ()한국작가회의 회원. 시집 그 사이에 대해 생각할 때』『상처가 스민다는 것 』『타오르는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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