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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김광기/게으른 오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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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1,583회 작성일 15-07-0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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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기

게으른 오후 1

 

 

찌뿌듯한 날씨에서 몸 밖의 것들을 생각하다가

안과 밖, 이쪽과 저쪽 사이에 있을 법한 가벼운 것과

그 가벼움이 간단하게 끝나는 것쯤에서 다시 멈추다.

늘 이분법적으로 갈라놓는 이쪽과 저쪽 가운데

이쪽에도 저쪽이 있고 멀게만 느껴지던

관조의 저쪽 가운데에도 이쪽의 삶이 있겠다.

지금 지탱하는 이쪽의 삶 속에 과연

어느 정도의 저쪽이 개입되어 있는 것인가.

누구는 건강 진단하러 갔다가 저쪽선고를 받아 오고

누구는 이쪽 삶을 연장했다는 일화들을 떠올리며

누구나 두려워하는 저쪽에는 어떤 비밀들이 있는지,

게을러서 소가 되었다는 사람이 다시 사람이 될 수 있었듯

우리의 저쪽도 이와 같아서 어쩌면 이쪽의 절정이

저쪽으로 가는 오르가즘은 아닌 것인가 하는 것 따위,

파르르 떨리는 그 알 수 없는 사경 같은

기껏해야 팔분이라는 이쪽과 저쪽의 경계인데

경험삼아 한 번 다녀올 수 없는 안타까운 오후이다.

 

 

 

 

광교산 자락

 

 

그대, 아직도 이렇게 눈에 선한 것은

 

함께 했던 잔상들, 아직 털어내지 못한 것 때문

 

지는 것이 더 아름다운 가을하늘 속에

오색찬란한 머리를 풀고

 

늘 사색에 잠긴 것 같은

그 품속에, 한없이 달려가 안기고만 싶었는데

 

안타까운 시간만 가고 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만 있네.

 

지난 시절들이 이렇게 선명한데

쏜살같던 세월이 안개 속에 빠져 아무 것도 보이지 않네.

 

숲길도 그렇고 이따금 들리는 물소리도 그렇고

광채도 부처의 가르침도 경이롭기만 하지만

 

그대 때문에 아무 것도 볼 수가 없네.

 

 

김광기- 1995년 시집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를 내고 월간문학다층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호두껍질 데칼코마니 , 시론집 존재와 시간의 메타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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