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수록작품(전체)

신작시/조재학/적막 외 1편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2,092회 작성일 15-07-08 14:52

본문

조재학

적막 외 1

 

 

불빛 아래에서 서성거려요 나지막한 목소리가 걸어오는 길 허공이 오래 참았다가 느리게 입을 열어요 어떤 모르는 시간이 와서 나를 더듬어요 나는 시간의 소리를 더듬어요 다리가 부러진 나무의 소리는 어디쯤에 멈춰있을까요 못 박힌 손에서 흐르는 피가 십자가에 매달린 사내의 앙상한 몸을 적셔요 저 붉은 소리를 안아 내려야 하는데 나는 지금 모래주머니의 속을 뒤집고 있어요 처음 보는 시간의 유리창에 성에 낀 목소리가 붙어 있어요 고양이를 품은 밤이 가만히 유리창에 귀를 대고 있어요

 

 

 

 

마루

 

 

재학아! 부르는 듯한 소리에 문득 뒤돌아 본다

 

털목도리를 감은 행인 하나가 지나가고

마루 귀퉁이에 기둥 넷을 세운 낯익은 초가지붕이

오두마니 보고 있다

 

마루는 누군가를 오래 품었던 듯 때 절은 품을 갖고 있다

조각을 맞대어 만든 마루의 조각조각에 한 나무의 생의 결이 뚜렷하다

 

자세히 보니 크고 작은 산봉우리 같기도 하고

어느 계곡의 폭포 같기도 하고

팽이처럼 도는 빛의 너울 같기도 하고

둥글게 번져가는 파문 같기도 하다

 

어디에서 어떻게 흘러온 생의 무늬가 저렇게 단단하게 한 바닥을 이루게 되었을까

언젠가 내가 한 마리 어린 짐승이었을 때 뛰고 뒹굴던 들판이 걸어와

저런 무늬가 되었을까

누런 털 두어 올이 마루 사이에 끼어 흔들린다

 

손바닥에 닿는 몇 생의 결이 아득하다

 

조재학 - 1998시대문학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상주지부장 역임. 시집굴참나무의 사랑 이야기』『강 저 너머. 2013년 문학의 집 서울 시낭송대회 대상 수상. 중등 국어교사로 퇴임.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