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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김점미/12월 구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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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2,148회 작성일 15-07-0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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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미

12월의 구름 외 1

 

 

그날, 나와 그녀의 옷자락이 깊고 푸른 우물에 빠졌다. 넓고 푸른 블랙홀 속으로 빨려든 실오라기가 나와 그녀의 몸을 풀려나면서 단단한 구형체를 만들었다. 제 몸을 불리던 구형의 입이 나와 그녀를 삼켰다.

 

우리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실타래가 꼬인 것은 언제부터일까?

십 수 년 간 엉클어진 기억이 서로를 치명적으로 갉아먹고 있던 사이

우리는 서로를 단단하게 잡고 있던 손가락을 잃었고,

뜨겁던 심장을 잃었고,

서로를 그리던 다정한 눈빛을 잃었다.

 

여전히 우물은 푸르고 넓은데,

여전히 나와 그녀의 체온은 남은 듯한데

우물 속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우리의 그리움은 그대로 인듯한데

너무 먼 길을 떠나왔다.

 

우리 옷자락의 실타래는 다 풀려

우물 색은 변했고 우물 깊이도 변해

오늘은 심하게 비를 뿌릴 참이다.

 

구름이 형태를 바꾸고 질감을 바꾸고 속을 다 비워야만 다시

맑고 투명한 하늘을 꿈꿀 수 있듯

나와 그녀도 서로에게서 풀려나

구름이 비가 되듯, 로 완전해질 때

나는 겨우

그녀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너무, 아름다운 이별

 

 

너는,

삶의 모든 것을

너무 일찍 생각하고

너무 늦게 이루었어.

그 사이 간극에

절망보다 더 깊은

상실이 떠다녔지.

그 세월은

치명적 악보로

삶을 교란시켰어.

자신의 연주가 성공인지 실패인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흑백의 연주는

너의 아름다운 손가락 사이로

스멀스멀 피어올라

온몸에 찰싹 달라붙었지,

황홀한 !

 

 

김점미 - 부산 출생. 2002문학과 의식등단. 부산대 독어교육과 및 동 대학원 졸업. 한국 해양대학교 유럽학과 박사과정 수료. 독일 자를란트 대학에서 연구과정 보냄. 부산남고 교사. 한국시인협회와 부산작가회 회원. 시인축구단 글발 회원. 시집한 시간 후, 세상은, 글발 공동 시집 사랑을 말하다,토요일이면 지구를 걷어차고 싶다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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