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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서봉교/조강지처를 바꾸다, 혹은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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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2,201회 작성일 15-07-0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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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교

조강지처를 바꾸다, 혹은 외 1

 

 

실은 보내기 싫은 것이다

 

11년 함께 산 당신의 심장을 이식하고

돌아가던 길, 계기판에 들어 온 빨간 경고등

참 많이도 살았다 우리는

289,000키로

 

육신도 주인을 잘 만나야 호강을 하듯

애들 많고 장거리 출퇴근 하는 지아비 만나

매일 왕복 2백리를 오고 가느라니

얼마나 고달팠을까

 

한창 때는 힘이 펄펄 넘쳐

제 주인을 목숨 걸고 구해준적도

여러 번

그 증표로 내 등에 찍어준 강렬한 화인(火印)

 

너의 동의 없이 난 오늘 결정해버렸다

미안한 마음에 몇 군데

건강 검진 후 낯선 곳으로 보내려 한다

그런데 그거 알아야 해,아니 알아야지

 

새로 오는 것도 쉬이 정이 들지 못하고

그거 또 새로 가르치고 길들이려면

골 아프다는 것을

 

그 고마움에 새로 오일 갈고

닝겔 맞춰서 보내니

너무 서운해 하지 말기를

 

네가 싫은 게 아니라

달리다가 네가 설까 그게 두려운 거지

 

그것을 내게 들킨 다는 게.

 

 

 

 

침을 허락하다

 

 

맞벌이에 시달리다

40중반을 넘긴줄모르는 계모랑

나란히 팔다리에 침을 맞는다

하기야 바쁘게

앞만 바라보고 살아온 세월

승용차도 5천 킬로 넘으면 오일을 교환하고

사람도 마흔이 넘으면 철이 들지 않던가

이젠 내 몸에도 침을 꽂아

잠자고 있는 내 몸의 치유능력을 깨우고 싶은 것이다

간호사가 계모의 침을 빼는 것을 보고

슬쩍 발동하는 장난기

보세요 이 사람 찔러야 피 한 방울 안 나오는 사람이에요

내가 이런 사람과 20년을 넘게 살았다고 했더니

웃는 간호사 뒤로

여섯 번째 뺀 오른쪽 새끼발가락 사이에서

나오는 저 붉은 선혈

! 그래 당신도 사람이였구나

애들도 남들의 두 배를 낳고

13역을 해내던 강한 당신도

붉고 따뜻한 피를 소유한 사람이였구나

내 몸에 꽂힌 침을 몸으로 밀어내는 데

 

여섯 구멍의 침자리 자리마다

차례차례 미안한 눈물이 솟았다.

 

서봉교 - 월간 조선문학으로 등단. 시집계모같은 마누라. 원주문학상 수상(2009). 한국현대 시인협회이사,원문협부지부장. 강원문협이사,요선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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