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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박홍/백운역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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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1,741회 작성일 15-07-0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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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

백운역 외 1

 

 

오른쪽에서 들어오는 전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왼쪽에서 전철이 들어온다, 어라 내가 잘 못 들어왔나

두리번거리다가

전광판에 글씨를 확인하고 전철에 오른다

감각은 여전히 오른쪽으로 환하게 열려 있는데

전철은 감각과는 반대편으로 달리고 있다

내가 찢어지고 있다

창에 반사된 사람들은 질서정연하게

앉아서 졸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전철만 뱀 껍질처럼 벗겨지고 있다

 

다시 보면 전철은 가만있는데

길게 앉은 사람들이 창자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오른쪽을 의심하고 왼쪽으로 달아나는 껍질

왼쪽을 의심하고 오른쪽으로 달아나는 감각

각각 제 껍데기를 고집하고 있다

 

나는 창에 반사된 거울 속으로 들어간다

거울 속의 내가 전철 속의 나를 물끄러미 보고 있다

왼쪽과 오른쪽이 뒤바뀐 내가

이쪽저쪽으로 찢어진 팔을 붙이고 있다

 

 

    

 

청평사 도량道場에서


 

불심도 없이 대웅전 불상에 합장하고 돌아서는데

뒤쪽 극락전 오르는 계단에 빗질자국이 선명하다 아무도 다녀가지 않는 듯 고슬고슬 마른 자국들 위에 가을볕이 따갑다

고요가 햇살에 붙들려 있다

소리가 사라지고

계단 옆 흐드러지게 핀 구절초가 인적 없는 산속의 고요를 붙들고 있다 꽃 속을 붕붕대는 벌들의 날갯소리가 고요를 흔든다

색 바랜 단청이 흘리는 적막 속으로

바람이 지나간다

풍경이 소리를 낸다 처마 끝에서 푸른 하늘로 번지는 소리에 허공이 물결친다

가을 청평사는 빗질자국으로 견딘다 


              

박 홍 - 2010년 계간시안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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