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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이정오/제비꽃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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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2,088회 작성일 15-07-08 15:03

본문

이정오

제비꽃 외 1

 

 

그 해 봄에도 제비는 왔고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내가 쓰다듬어주던

그녀의 흰 목덜미 아래로

까만 점 하나 생겨나고

점은 점점 자라

총총 박힌 눈썹이 되었다

낮으로는 눈을 감고

밤으로는 눈을 뜨고,

비탈진 언덕에 앉아 실실 웃음을 흘릴 때

그녀의 눈썹이 짙어지기 시작했다

뿌리가 부추기면 앉은 자리도 내어주고

치마를 들어 올릴 것만 같았다

툭툭, 흙을 차던

간혹, 길게 늘어뜨린

발이 사라지고 없다

보라색은 날개가 아니라서

물컹한 줄기가 아니라서

땅바닥에서 더 이상

일어설 수 없는 무릎이 되었다

 

 

 

 

클라우드 나인(CLOUD9)

 

 

그녀는 정기적으로 나를 찾는다

하지만 그녀는 내 이름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냥 육 파랑이라 부른다

그렇게 불러야 그녀에겐 더 맛이 있나보다

그래도 눈치가 빠른 편의점 주인은

~ , 라고 대답하며 나를 그녀에게 건넨다

그녀는 얼른 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

내 스무 개의 갈비뼈 중 하나를 꺼내어 불을 붙이고는

허공으로 후욱~, 한숨을 뱉어내어 구름을 만든다

그때마다

그녀의 이마 주름이 잠깐 펴졌다가 되돌아간다

이가 없어 움푹 파인 두 볼에 보조개까지 만들며

몇 번 더 나를 태워 구름송이로 날려 보내고

하얀 미소를 짓는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기쁘다 구주 오셨네

나는 누군가에게 다가가 위로가 되어줄까

마냥 기다리는 그 무엇이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또 아우성소리 들린다

아무튼 그녀는 지금 내 하얀 영혼의 갈비뼈를

자유자재로 주무른다

마음대로 빼내어 구름을 만들어

그녀와 나를 함께 지운다

한동안 익숙해진 이대로 괜찮은데

요즘 일방적으로 내 몸값을 올리려고 술렁댄다

애가 탄다

 

 

이정오 - 충남 예산 출생. 2010년 계간 문장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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