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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이명/지하 주차장 노마드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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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
지하 주차장 노마드 외 1편
타르쵸,
바람이 읽고 가는 경전처럼
아득하게 천장에 도열해 있는 LED 형광등불,
풍화된 뼈들이다
형광등 밑을 지날 때마다
주검들이 일어서듯
뼈들은 머리 위에서 하나씩, 깜빡깜빡 밝아졌다 흐려진다
바람의 흔적인가 뼈의 빗금들은
내 전생을 들먹이던 나이든 여승의 가물가물한 눈빛도 보인다
유목의 냄새가 나는 어둠 속에서
그리움도 빛이 될까 빛이 그리움이듯이
이제 막,
타클라마칸을 건너 온 낙타가 들어서고
기억들이 되살아나고
내게도 무슨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뼈들은 새삼 깜빡인다
어둠도
불빛도
뼈들도
밀폐된 공간도
이제는 모두가 낯설지 않다
바람이 읽고 가는 경전처럼
나부끼는 깃발처럼
타르쵸,
비로소 나는 당신을 만난다
별불가사리
대포항 백사장 후미진 곳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별불가사리의 주검을 보고서야
별의 고향이 바다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별은 죽어
바다나라에서 부활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간밤에 무수히 떨어진 별똥별
어릴 적 별똥별은 무슨 음모처럼 떨어지곤 했는데
하늘나라가 그러했듯이
바다는
떨어지는 별들을 그저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내가 미리 떠난 사람을 찾아 별을 헤아리던 그 밤에도
별똥별은 쏟아지고
밤하늘엔
장례를 치르듯 별들이 숙연히 빛나고 있었습니다
이명 - 2011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분천동 본가입납』, 『앵무새 학당』, 『벌레문법』. 목포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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