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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이명/지하 주차장 노마드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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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2
댓글 0건 조회 1,858회 작성일 15-07-0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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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

지하 주차장 노마드 외 1

 

 

타르쵸,

바람이 읽고 가는 경전처럼

아득하게 천장에 도열해 있는 LED 형광등불,

풍화된 뼈들이다

 

형광등 밑을 지날 때마다

주검들이 일어서듯

뼈들은 머리 위에서 하나씩, 깜빡깜빡 밝아졌다 흐려진다

 

바람의 흔적인가 뼈의 빗금들은

내 전생을 들먹이던 나이든 여승의 가물가물한 눈빛도 보인다

 

유목의 냄새가 나는 어둠 속에서

그리움도 빛이 될까 빛이 그리움이듯이

 

이제 막,

타클라마칸을 건너 온 낙타가 들어서고

기억들이 되살아나고

내게도 무슨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뼈들은 새삼 깜빡인다

 

어둠도

불빛도

뼈들도

밀폐된 공간도

이제는 모두가 낯설지 않다

 

바람이 읽고 가는 경전처럼

나부끼는 깃발처럼

 

타르쵸,

비로소 나는 당신을 만난다

 

 

 

 

별불가사리

 

 

대포항 백사장 후미진 곳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별불가사리의 주검을 보고서야

별의 고향이 바다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별은 죽어

바다나라에서 부활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간밤에 무수히 떨어진 별똥별

어릴 적 별똥별은 무슨 음모처럼 떨어지곤 했는데

하늘나라가 그러했듯이

바다는

떨어지는 별들을 그저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내가 미리 떠난 사람을 찾아 별을 헤아리던 그 밤에도

별똥별은 쏟아지고

밤하늘엔

장례를 치르듯 별들이 숙연히 빛나고 있었습니다

 

 

이명 - 2011<불교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분천동 본가입납, 앵무새 학당, 벌레문법. 목포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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