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작품(전체)
신작시/강송숙/원주에서 만난 수선화 외 1편
페이지 정보

본문
강송숙
원주에서 만난 수선화 외 1편
선운사 동백 보러 갔다가 꽃 못보고
서운한 마음에 돌아 나오다 눈 마주친 수선화
절 마당 한구석에 저들끼리 피었더니
밤늦어 찾아간 맥주 집
화장실 가는 길에 다시 만났다
자투리땅 빽빽하게 자리 한 화초들 틈에
혼자 오롯한 노란 꽃
고맙고 반가운 마음에 주인을 찾으니
동백꽃 닮은 여주인 얼굴을 붉히며 말한다
그 꽃이 수선화였어요?
생각해보니
우수 지나고
포근한 주말이 될 거라는 일기예보에 다소 안심하며 출발한
경주 가는 길 톨게이트에 들어서자마자
팽팽한 전선을 가득 채운 까마귀와 까치 무리가
먼저 우리를 맞는다
흉조와 길조가 한자리라니 싶다가
그조차도 사람들이 갈라놓은 거리지
낯선 곳에서 만나는 모든 것은 아마 새롭고 반가웠을까
불국사 계단 앞
수학여행 온 무리들을 피해 잠시 쉬던 자리
이미 커버린 남매는 각자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마침 복원 중이라고 형체도 없이 해체된 석가탑 자리에서
우리 머물렀던가 사진 한 장 없이 돌아선 뒤
조금 후회를 했을까
낯선 곳에서 만나는 모든 것은 아마 아프고 서러웠을까
철모른 몸살로 밤잠 설치고
낯선 곳에서 만난 아침 두서없이
그래서 황망한
늦겨울 봄꽃 터지는 소리
강송숙 - 대구출생. 2014년 《미네르바》으로 등단. 시집『풍경을 건너가다』.
추천0
- 이전글신작시/김미옥/콩나물과 커피 외 1편 15.07.08
- 다음글신작시/이명/지하 주차장 노마드 외 1편 15.07.08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